이수정 "'인하대 사건' 가해자, 피해자 살릴 맘 없었던 듯"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 가능성 언급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연합뉴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인 1학년 학생 A(20)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상식 갖춘 성인이라면 3층 건물에서 떨어지면 사망 가능성, 중상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가해자는 피해자를 살릴 의도가 없었고 조금 세게 말하자면 ‘죽어도 그만’이라는 생각까지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것 자체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A씨는) 강간까지는 인정했다”면서 “강간으로 기인한 사망사건이니까 치사까지는 논쟁의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건 현장서 발견된 A씨의 휴대전화에 담긴 ‘벽이 찍힌 동영상’이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봤다. A씨의 휴대전화에는 피해자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층 외벽과 두 사람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음성이 담긴 영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영상의 녹화버튼을 눌렀다는 얘기는 성관계, 불법촬영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고서야 전화기를 들이대야되는 이유가 없다”면서 “그런(불법촬영) 목적으로 녹화가 시작됐는데 목소리만 녹음돼 있다는 건 뭔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인하대 1학년생 A(20·가운데)씨가 지난 17일 오후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외벽이 찍힌 시간대가 여성이 떨어지기 전이냐, 다음이냐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만약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여성이 추락하게 됐고, 그래서 외벽이 촬영된 것이라면 신체적 접촉과 압력으로 여성이 추락했다는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추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몸싸움이 나서 피해자가 뛰어내리려는 것을 가해자가 말리다 추락했을 가능성’을 묻는 말엔 “(그랬다면) 숨길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바로 119에 전화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입증해야 면책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런데 가해자는 추락한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 옷가지를 제3의 장소에다 숨겼고 이것은 무엇인가를 은폐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