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탈북민 말 인용 '북송 사건 카더라 통신' 진실공방

박홍두 기자 2022. 7. 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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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여야의 ‘2019년 탈북어민 북송 사건’ 진실 공방전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일 일부 탈북민 전언을 인용하며 어민 2명이 북한주민 16명을 살해했다는 문재인 정부 발표가 거짓이고 “북한 주장만 믿고 살인자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은 (탈북민의) ‘카더라’를 인용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을 탈북 브로커라고 한다. 거짓 주장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고 밝혔다.

“탈북자들 사이에선 살인자 아니란 말 나와”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21일에도 해당 사건을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집중 공격했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북어민이 살인자라는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제대로 된 검증 한번 없이 사실로 공인했다”고 비판했다.

권 대행은 “2016년 태영호 주영국 북한 공사가 탈북했을 때도 북한은 범죄자 낙인을 찍으며 탈북의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강제북송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회에 태영호 의원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행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자가 아니라는 유족의 입장은 무시하고, 탈북어민이 살인자라는 북한의 주장은 맹신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거짓과 진실을 뒤바꿨다”며 “무엇을 숨기려고 이렇게까지 했나. 북한의 잔혹함인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무능함인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가”라고 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살인범이라고 확실히 주장하려면 물증을 확보하고 있어야 되는데 만약 16명을 죽인 게 사실이면 DNA(유전자 정보)를 감식해서 국내에서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 그런데 물증 조사도 안 했기 때문에 의혹이 나왔을 때 ‘절대 아니다’라고 국민들한테 설득할 물증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북한에서는 이 사람들(북송 어민)이 죽긴 죽었는데 (북한이) 탈북을 한 이유로 죽였지 흉악범이나 살인마라고 죽이지 않았다는 식의 소문이 돈다”며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저 사람들이 살인범들 아니라더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TF’ 3차 회의에서 한기호 의원이 탈북민들의 증언을 인용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한 의원은 “북송 어민 2명은 16명의 탈북 주민을 탈북시키려던 탈북 브로커였고, 이들이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은 북한이 이 탈북 브로커들을 송환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주장했다.

하 의원은 당시 북송 결정과 관련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서로 교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더라’만 인용한 주장, 엄청난 자충수 될 것”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동을 건 북풍몰이가 선을 넘었다”며 “(탈북민들의) 카더라 발언을 인용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을 ‘탈북 브로커’라고 한 여당의 주장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근거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거짓 주장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북풍몰이에 속아넘어갈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또 “안보 농단을 당장 중단할 것을 엄중 경고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남북관계 기저를 흔들고 우리 외교안보 자산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엄청난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시) 군의 SI(특수정보) 정보자산을 통해 북한 영해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다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살해 용의자로부터 자백도 있었다”며 “한·미 정보자산으로 확인했던 내용과 자백이 너무나 딱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호 의원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군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라며 “도를 넘어도 한 1000배는 넘어갔다. 이 말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대명천지에 자기가 살해하지 않은 16명을 죽였다고 자백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정부 합동심문에서 쌍팔년도처럼 고문이나 ‘통닭구이’(고문)를 해서 억지로 답을 받아냈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북송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여권 주장에 대해선 “(두 사람은) 우리 군을 보고도 도망 다녔다”라며 “만약 귀순할 사람이라면 우리 군을 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CBS라디오에서 “(북송 어민들은) 우리 해군이 쫓아가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행위를 3일 동안 계속했다”며 “한 의원이 탈북민에게서 들었다는 이야기는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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