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IMEC' 모델 만든다..삼성·SK는 반도체 장비 기증, 정부는 세액공제 [반도체 전략 발표]

이재덕 기자 2022. 7. 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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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전문강사가 박막(ThinFilm) 공정에 사용되는 CVD 장비를 교육생에게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목표로 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중고 장비를 교육기관에 기증하면, 정부는 장비 시가의 10% 만큼 기업들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장비가 없어 연구·개발(R&D)에 어려움을 겪어서 정작 산업현장이 바라는 실무형 고급인재 양성이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1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반도체 업계와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삼성전자·SK하이닉스(파운드리·메모리), 동진쎄미켐(소재), FST·PSK(장비), 실리콘마이터스(설계) 등이 협약서에 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최우석 소재융합산업정책관은 “반도체 기업의 유휴·중고 장비를 모아 양산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실무형 인력 양성 및 연구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이 장비를 기증하면 정부는 장비 시가(감정가)의 10%를 세액공제하기로 했다. 정부와 기업이 자금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벨기에의 ‘IMEC(아이멕)’ 운영 모델을 가져왔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아이멕은 1984년 벨기에·프랑스·네덜란드 등 3국이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첨단 기술을 연구한다. 연간 예산은 1조원 규모로 대부분 정부 펀딩과 회원사 연회비로 마련한다. 지난달 11박 12일간 유럽 출장에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귀국 직후 기자들에게 “(유럽 출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ASML(네덜란드 설비업체)과 아이멕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날 밝힌 ‘한국형 아이멕’ 구상은 새로운 연구기관을 세우기보다는 기존 교육기관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루벤에 있는 IMEC. IMEC 홈페이지 캡쳐

반도체 소자·소재·장비 등 관련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경기 성남의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반도체 아카데미’를 설립키로 했다. 회원사들은 강사와 교과과정, 장비 등을 지원하고 정부는 운영비를 댄다. 최우석 정책관은 “업계 주도로 현장 필요인력을 신속히 양성함으로써 4년 이상 소요되는 대학 인력양성에 대한 시간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은 공동으로 10년간 3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반도체 대학원의 연구·개발 과제를 지원하는 등 석·박사급 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에도 협력키로 했다.

이밖에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정부와 함께 대학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계약학과를 10개 신설키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대학 내 반도체학과를 만들고 졸업생을 데려가는 것처럼, 소부장 기업들도 공동으로 소부장 계약학과를 만들어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경기 화성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 구축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삼성전자·SK하이닉스(파운드리·메모리), 동진쎄미켐(소재), FST·PSK(장비), 실리콘마이터스(설계)가 협약에 서명했다.

다만 이날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체결한 협약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다. 한 전문가는 “당사자가 합의하는 경우 중도에 수정하거나 철회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담겼다”며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거나 다음 정부에서는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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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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