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당 20만원" 러, 파격조건 걸고 우크라 점령지 파견 교사 모집

오경묵 기자 2022. 7. 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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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학교. /로이터 뉴스1

“긴급.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에서 새 학년을 위한 학교 교육을 준비할 교사 필요. 일급 8600루블(약 20만원), 왕복 교통편 제공, 숙식은 협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러시아화’를 진행하기 위해 거액의 수당을 내걸고 파견 교사를 모집하고 있다.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644㎞(400마일) 떨어진 자치공화국 추비사야의 한 교장은 지난달 교사 채팅창에 자포리자·헤르손 지역의 파견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지글을 올렸다. 교장은 공지 한 시간 뒤 “동료를 돕기 원하는 사람이 있느냐. 그 지역에서는 안전하다. 빠른 답변 부탁한다”고 독촉 메시지를 다시 남기기도 했다.

이 지역의 근로자 평균 월급은 550달러(약 72만원)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파견 교사의 예상 월급은 2900달러(약 380만원)에 달한다. WP는 “러시아가 전쟁 지역으로 교사를 보내기 위해 파격 대우를 내건 것”이라며 “일부 교사에게는 솔깃한 제안”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러시아화’를 진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의 역사·민족 의식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다. 공식 언어도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채택했다. 이와 관련해 세르게이 크라바초프 러시아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통합러시아당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교육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남부 다게스탄 공화국의 교육부 사이트는 지역 출신 57명을 포함해 250명가량의 교사가 우크라이나 파견 근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당근’으로 제시된 수당을 노리고 파견을 자청한 이들도 있다. 러시아 이제프스크 지역 교사인 게오르기 그리고리예프는 WP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매우 좋은 월급과 숙박을 약속하고 있다”며 “나는 이혼했고, 아이들은 다 컸기 때문에 좋은 월급을 받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안전에 대한 우려로 파견을 꺼리는 이들도 있다. 이름을 라리사라고만 밝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교사는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도덕적으로 대단히 혐오스러운 일”이라며 “죽거나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당신에게 의지한 사람(우크라이나 학생)이 당신을 믿는 척 할 수는 있겠지만, 본심은 아닐 것이고 복수의 기회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WP는 러시아가 교사 파견에서 그치지 않고 러시아 도시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자매결연 형태로 연결하고, 지방당국과 학교가 팀을 이뤄 결연 마을을 방문하는 등 학교 교육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도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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