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디스플레이, LCD 정리한 자리에 8.5세대 IT용 OLED 라인 증설
월 1만5000장 목표로 2~3조 투자할 듯
애플 아이패드용 OLED 공급망 노려
성장 확실한 IT용 OLED로 수익성 높이는 전략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캠퍼스 내 L8-2라인에 정보기술(IT) 기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 사업을 종료한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정리한 자리를 IT용 OLED로 대신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 먹거리로 내놓은 퀀텀닷(QD)-OLED에 대한 투자는 2년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TV용 LCD 패널을 생산했던 8.5세대(2200×2500㎜) L8-2라인을 IT용 OLED 생산라인으로 변경하기로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동시에 장비업체들과 8.5세대용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OLED 소자를 유리 원판에 도포하는 증착기와 파인메탈마스크(FMM) 인장기 개발과 공급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장비업체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IT용 OLED 장비 발주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면 장비 반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애플이 오는 2025년 내놓을 차세대 아이패드용 OLED를 겨냥해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IT용 OLED 패널 생산량을 월 1만5000장으로 정한 만큼 초기 투자는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규모인 L8-1라인에 있는 8.5세대 QD-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 삼성디스플레이는 3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리 원판을 세워 OLED 소자를 한 번에 증착하는 풀컷·수직 증착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다. 이 방식은 유리 원판에 OLED 소자를 균일하고 손실 없이 증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 난도가 높아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이 낮아질 위험도 있다. 이에 기존과 같이 8.5세대 원판을 반으로 잘라 눕히는 하프컷·수평 증착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5세대 IT용 OLED 양산을 오는 2024년 하반기에 시작하기로 했다. 애플이 오는 2024년에 출시하는 첫 번째 아이패드에는 기존 6세대 생산라인에서 만든 OLED를 탑재하고, 차세대 모델에 OLED 패널을 대량으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8-2라인 투자와 관련해 확정된 건 없다”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8-2라인을 IT용 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처음 선보인 QD-OLED 투자는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육성하고 있지만, TV용 디스플레이 최대 고객사이자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OLED TV 전환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추가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QD-OLED를 생산할 공장이 부재한 만큼 앞으로 2~3년간은 QD-OLED 물량이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QD-OLED는 대중화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TV용 QD-OLED 출하량은 올해 최대 100만대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전체 TV 출하량(2억1354만대)의 0.5%에 불과한 규모로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대중화에 시간이 필요한 QD-OLED 대신 단기적으로 시장 성장이 확실시되는 IT용 OLED에 투자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6세대 OLED 생산라인을 위한 3조3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8세대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애플 아이패드 부품 공급망에 들어가기 위해 8세대 OLED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량 확대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두 업체인 삼성·LG디스플레이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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