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신약 허가 가속 기대..프로세스 단축하되 안전성 자료 간소화는 금물
백신 신뢰성 위해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중요
공급망 확보·인재 육성 아쉬워..정부·업계 협력 중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속도가 빨라진 신약 개발 허가와 관련해 앞으로 불필요한 프로세스는 단축하되 안전성 자료를 간소화하는 건 금물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 싸이티바는 21일 '2022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지수: 정부 정책 및 규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나타난 정부-산업 협력과 이를 지속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18개국 500명 기업 관계자)의 60%는 향후 2년 동안 신약 허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백신과 치료제 승인 기간이 크게 단축됐기 때문이다. 통상 백신 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10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팬데믹 시기에는 연구부터 승인까지 걸린 기간이 10개월에 불과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팬데믹 동안엔 기업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정부 규제기관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검토하는 '롤링리뷰(rolling review)'가 진행됐다"며 "이처럼 조각조각 심사하는 건 본래 규제당국의 방식이 아닌 데다 자칫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에 한계가 있으니 코로나 의약품 승인이 빨라진 대신 다른 의약품 승인이 지연된 건 일종의 대가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특수 상황에서 적용된 신약 허가 방식은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승범 서울대 자연과학대 부학장도 "약물이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가치"라며 "독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를 얻어가는 과정이 팬데믹을 거치면서 간략화 되는 건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고 생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임상 과정에서 효율화가 이뤄지면 큰 단비가 될 것"이라면서도 "불필요하게 요구되던 행정적 시간은 줄어들 수 있으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데이터를 약식으로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역시 행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싸이티바의 프란시스 반 패리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은 "업계와 규제기관 사이의 정보 교환 등 투명성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예전보다 공정 등의 표준화가 널리 확산되면서 효율성이 개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한 대중의 신뢰성 문제도 논의됐다. 제롬 총장은 "백신이 아니라 백신 접종이 사람을 보호한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며 "백신 안전성과 유효성 파악을 기반으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 지원이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줬다는 답변은 조사 대상자의 절반에 그쳤다. 어떤 부분에 긍정적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선 '산업의 경제 성장'이라는 응답이 58%로 가장 높았다. 반면 공급망 회복은 52%, 산업 혁신과 인재 확보는 49%에 불과했다.
공급망 회복 관련 프란시스 반 패리스 사장은 "국가의 공급망 확보 정책은 기업의 전략과 함께 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싸이티바의 한국 투자 건 역시 한국 정부의 바이오산업 장려 정책과 싸이티바의 지역 내 수요는 지역에서 해결한다는 전략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인재 부족도 정부와 산업계, 학계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승범 부학장은 "한국은 우수 인재가 업계가 아니라 학계에 남는데 이를 바꿔야 한다"며 "교육기관도 젊은 학자 양성은 물론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롬 김 총장은 "국내 인력만으로 인재를 육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고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외부 인재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정석 회장은 정부 주도하에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통합기관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싸이티바 코리아 최준호 대표는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논의된 내용들이 향후 정부와 산업 협력에 반영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만드는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기대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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