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미투 상징' 이토 5년 만에 최종 승소.."저널리스트로 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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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당사자로 자리에 서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돌아가, 저널리스트로서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토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야마구치 노리유키(56) 전 <티비에스> (TBS) 방송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 등 330만엔(약 3100만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을 지난 7일 확정했다. 티비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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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지망생때, 50대 방송기자에게 피해입어
형사 불기소 처분뒤 신원 공개하며 민사소송 나서
“피해 당사자로 자리에 서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돌아가, 저널리스트로서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이토 시오리(33)가 20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토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야마구치 노리유키(56) 전 <티비에스>(TBS) 방송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 등 330만엔(약 3100만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을 지난 7일 확정했다. 2019년 12월과 올 1월 일본 법원이 1·2심에서 각각 내놓은 ‘이토가 야마구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이기에 손배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라는 판단에 최고재판소도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본 검찰이 6년 전 이 사건을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이듬해 5월부터 시작된 민사소송에선 1심부터 최종심까지 이토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토는 “5년 전 성피해 사건을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심했을 때, 가족들은 반대했다. 저도 더 이상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목소리를 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가 강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것을 바꿔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5년 전) 공개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인 지망생이던 이토는 2015년 4월 티비에스 방송 워싱턴 지국장이던 야마구치가 잠시 도쿄에 머물 때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술을 조금 마신 상태에서 이토는 의식을 잃었고, 야마구치가 머물던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야마구치는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이토는 경찰에 신고한 뒤 여러 증거를 제출했지만 검찰은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2016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가해자인 야마구치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주인공 격으로 등장시킨 <총리>라는 책을 쓰는 등 아베 전 총리와 가까운 기자로 알려졌다. 현재는 티비에스를 퇴사했다.
이토는 2017년 5월 민사 소송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일본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가운데선 처음이었다. 얼굴이 알려진 뒤 ‘2차 가해’와 협박으로 신변 위협을 느껴 영국 런던으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이토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날이 있기도 했지만 어떤 날은 아예 일어나지 못하기도 하는 날의 반복이었다. 도대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던 시기도 있었다”며 그동안의 심적 고통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에게 닿는다고 믿었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토는 앞으로 저널리스트로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7년이란 시간이 길었지만 피해 당사자로 보도되는 쪽에 서본 경험은 큰 배움이 됐다. 이를 기억하며 앞으로 (저널리스트로) 전달하는 일에 전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토는 지금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해외 매체에 영상 뉴스와 다큐멘터리 작품을 내보내고 있다. 일본 ‘고독사’ 문제를 다룬 다큐는 2018년 국제 미디어 콩쿠르 ‘뉴욕 페스티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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