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사태' 장하원, 첫 공판서 혐의 전면 부인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2500억원대 피해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부실을 인지하고도 1350억원 상당의 채권 펀드를 판매하고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혐의를 받는 장하원(63)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장 대표는 장하성 전 주중대사의 친동생이다.

21일 오전 11시 서울남부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 대표의 첫 공판이 열렸다. 불구속 상태로 기소된 디스커버리 투자본부장 김모(43)씨와 운용팀장 김모(37)씨, 디스커버리 법인에 대한 심리도 이날 함께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 장 대표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범의(고의)를 부인한다”며 “공소장에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록이 2만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추후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두 피고인의 변호인 역시 “(공소장에 적힌 사실과 달리) 피고인들이 돌려막기를 한 것도 아니었고 펀드 매수자들에게 원리금을 보장하겠다는 확정적인 발언을 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장 대표는 2017년 4월부터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 운영 펀드를 판매하던 중 그 기초자산인 쿼터스팟(QS) 대출채권 부실로 펀드 환매 중단이 우려되자 같은 해 8월 조세회피처에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QS 대출채권 5500만 달러를 액면가에 매수, 미국 자산운용사의 환매 중단 위기를 해결해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후 2018년 10월 해당 대출채권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70% 손실을 봤고, 나머지에 대한 원금 상환도 이뤄지지 않아 4200만달러 중 4000만달러 손실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펀드의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으로 기재한 채 투자자 358명에게 1215억원 상당의 채권 펀드를 판매했다. 그 결과 그 판매액 전부가 환매 중단됐다.

2019년 3월에는 미국 자산운용사 DLI의 브랜든 로스 대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돼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도 투자자 19명에게 132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재판을 공청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공소장을 미리 검토하지 못해 한 달 이상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제출은 미루면서 공소사실은 부인하는 것이 황당하다”며 “전국의 피해자들이 오늘 재판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아쉽고 답답하다”고 밝혔다.

다음달 25일 열리는 2차 공판에서 피고인 측은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 목록을 검토한 뒤 그에 대한 의견을 PT 형식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증거 조사 계획 또한 이날 세워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