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협상 타결만 기다려"..숨 죽이는 대우조선 파업 현장

이용성 2022. 7. 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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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살 순 없지 않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현장 작업 소리가 들려야 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번 독(선박건조장) 주변은 바다가 출렁이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다.

오는 22일 경찰의 조선하청지회 간부에 대한 4차 출석요구 기한이 지나고, 23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여름휴가에 접어들 때까지 협상 타결이 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 수순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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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전날 협상 결렬..현장 긴장감 '고조'
점거 선박서 하청노동자들 농성 지속
'공권력 투입' 가능성에 노동계 연대

[거제=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이대로 살 순 없지 않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현장 작업 소리가 들려야 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번 독(선박건조장) 주변은 바다가 출렁이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 (이하 하청지회)가 배가 바다로 나가는 출구에 놓인 배 한 척을 점거, 농성을 벌인 지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21일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번 독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21일 이데일리가 찾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엔 긴장이 역력했다. 지난 15일부터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의 사내 하청 노·사 협상은 전날 밤 또다시 결렬됐다.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권력 투입’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상황이다.

하청 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달 2일부터 1번 독을 점거, 50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청지회가 점거하고 있는 선박의 선체 바닥에는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1㎥ 규모의 철제 구조물에 자신을 가뒀고, 6명은 선체 위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를 대비해 약 10명의 조합원이 추가로 선체 바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약 70~80명의 노동자가 점거하고 있는 선박 주위를 에워싼 채로 생수로 더위를 식히며 교섭 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청지회 한 관계자는 “이대로는 살 수 없어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나왔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교섭이 잘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불법이 방치되거나 용인돼선 안 된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등 ‘공권력 투입’ 카드로 압박하자 노동계의 연대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30분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에서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2013년 쌍용차 해고자 복직 촉구 등 굵직한 사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온 희망버스도 재등장할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67개 단체가 모인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7·23 희망버스)에 따르면 전국 20개 도시에서 약 2000여명이 오는 23일 거제 파업 현장에 집결한다.

‘공권력 투입’ 없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게 안팎의 시선이다. 오는 22일 경찰의 조선하청지회 간부에 대한 4차 출석요구 기한이 지나고, 23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여름휴가에 접어들 때까지 협상 타결이 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 수순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노·사 간 교섭은 현재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하청 지회는 처음 요구했던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등 요구안에서 협력업체 사측이 제시한 임금 4.5% 인상안을 수용했으나 ‘민·형사상 면책’, 즉 손해배상 문제를 두고 이견이 갈렸다.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교섭을 재개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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