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직불제, 단체·지역 단위 활동도 보상을"
국회서 토론회
농촌인구 유입지원 등에 초점
생물다양성 등 평가지표 필요
“예산규모 순증필수” 한목소리
윤석열정부는 현재 2조4000억원인 공익직불제 예산규모를 임기말까지 5조원으로 두배가량 늘린다고 약속했다. 증액하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선택형 직불제에 할애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공익직불제가 도입 취지대로 작동하려면 농민의 공익적 활동을 보상하는 선택형 직불제가 중요한데 현재 예산은 800억원 수준으로 그 중요성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선택형 직불제는 기존 친환경농업(축산)직불·경관보전직불·논활용직불을 단순 통합한 것에 그쳐 농업·농촌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촉진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위성곤(제주 서귀포)·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이원택(전북 김제·부안) 의원과 한국친환경농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현장 농민 중심 선택형 직불제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선택형 직불제 개선을 위한 힌트를 엿볼 수 있었다.
우선 ‘공동’의 활동을 보상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직불제는 개인 단위로 지급된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기흥 한국유기농업연구소 부소장은 개인뿐 아니라 단체와 지역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선택형 직불제 안을 제시했다. 단체 프로그램의 경우 농민·중간지원조직·시민단체 등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자체 발굴한 공익적 활동에 참여했을 때 이를 보상하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한 지역에서 ‘황새 복원을 위한 생태계 보전’을 활동 내용으로 정하고 논 습지, 어도 조성 등을 수행했을 때 이에 상응하는 직불제를 주자는 제안이다. 김 부소장은 “이밖에도 오염된 토양을 개선하거나 농업유산을 지키는 활동을 지역에서 할 경우 지역단위로 직불제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직불제가 농촌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남 밀양의 농민 김진한씨는 “농촌에서 공익적 활동을 하려고 해도 결국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면서 “고령농민이 청년과 함께 농사짓는 경우, 지역농민이 이주농민에게 땅을 임대해주는 경우 등에 직불금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노현기 임진강·DMZ생태보전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공익적 기능을 증진할 때도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홍수 예방을 위해 저류지로 지정된 농지나 멸종위기종이 사는 논을 성토·객토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선택형 직불제가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자리 잡으려면 직불금을 주는 것 못지않게 농민의 공익적 활동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방미숙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생물다양성 지표를 평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논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종 다양성 지수를 전문가들이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그러면 논에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둠벙 등을 조성했을 때 선택형 직불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익적 활동 실천만큼 평가에도 지역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정부 차원의) 이행점검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통된 의견은 직불제 예산이 순증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청년농 지원 등 다른 사업을 이름만 직불금으로 바꾸는 꼼수가 있어선 안된다”면서 “아울러 예산을 임기초에 빠르게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재갑 의원은 “(현재 선택형 직불제에 포함된) 친환경농업직불제는 지급 대상을 개별 인증 농가로 규정해 공동체 단위 공익활동 유도에 한계가 있고, 경관보전직불제는 전국 공통으로 유사한 작물만 심게 해 각 지역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농민 소득 안정을 위한 입법 활동에 매진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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