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두 노조, 이강택 대표 사퇴 촉구..'지역 공영방송' 역할 논의 시작되나
노조 조합원 투표서 78.4% 대표 사퇴 찬성
서울시의회 'TBS 폐지 조례안' 철회도 촉구
서울교통방송(TBS)의 두 노조가 이강택 TBS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한 서울시의회에는 “언론탄압을 중단”하고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역할 변화에 대한 압박이 커진 TBS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사내·외에서 시작될지 주목된다.
TBS노조(제1노조)와 언론노조 TBS지부(제2노조)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해 위기를 만들었음에도 정치적 신념에 빠져 회사를 위태롭게 한다”며 “서울시·시의회와 소통할 수 있게 비켜주는 것이 (대표의) 마지막 소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 대표는 서울시가 TBS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서울시의회가 지원 폐지 조례안까지 발의한 것에 대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염두에 둔 “정치적 탄압”이며 “시보완박(시사보도 완전박탈)”이라고 반박했다. TBS 노조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주장은 구성원 의지에 반하며 “대표 자신의 입지를 드러내기 위한 자기 정치”라고 비판했다.
두 노조는 앞서 대표 사퇴 요구 찬반을 묻는 투표를 각각 진행했다. TBS노조는 ‘현 위기는 대표 책임이고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에 78.4%가 찬성했다. 언론노조 TBS지부는 62.5%가 ‘사퇴 요구와 함께 언론 탄압 중심으로 투쟁’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이날 두 노조는 TBS 문제를 풀기 위한 ‘공영방송 특별위원회’를 서울시의회에 제안하며 김현기 시의회 의장과 조례안을 발의한 최호정 시의원 등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시민과 여야 시의원, 언론계 단체 등이 참여한 특위에서 TBS를 어떤 방송으로 만들지를 공론화하자는 것이다.
이강택 대표 역시 이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영방송 특위를 언급하며 “제대로 된 논의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즉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TBS 안팎에서는 ‘뉴스공장’에 대한 정파성 논란과 맞물려 지역 공영방송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가 지난 14일 ‘TBS의 공적책무와 정치적 독립성’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는 중앙정치 중심의 시사교양에 무게를 실었던 ‘뉴스공장’ 등 TBS의 프로그램이 지역 저널리즘에 적합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회에서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중앙정치의 몰입은 지역 정치의 보수화로 이어진다”는고 우려를 나타내며 TBS가 지역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했다. 김 실장은 “‘뉴스공장’은 진행자가 충성 독자층만을 위한 배제·적대의 정치 담론으로 주장 저널리즘의 최소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험하지만, 충성 독자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TBS의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TBS 두 노조도 21일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TBS가 공정방송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 비판 기능이 작동돼야 한다”며 “노조가 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의회를 향해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은 명백한 언론탄압이며 TBS 400명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조례안 철회를 요구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시의회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현재 TBS가 시민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점을 지원 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이유로 들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최호정 시의원 등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청회 등을 열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노조의 움직임과 함께 앞으로 ‘TBS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서울시도 현재 시의회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조례안에 대한 통보가 오는 대로 TBS에 관련한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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