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나팔고둥'이 식용으로 혼획·유통..정부 어민 계도 강화

멸종위기 해양생물 나팔고둥의 모습. 환경부 제공.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최근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나팔고둥 등 국가보호종을 지역주민들이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혼획 및 유통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주민 홍보와 함께 현장 계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나팔고둥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이다. 성체는 최대 30㎝ 길이까지 자라며, 국내에서 가장 큰 고둥류로 분류된다. 나팔고둥은 일본, 필리핀 등에 주로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제주나 남해안의 섬 인근 바다에서 주로 발견된다. 최근에는 충남 태안과 경북 포항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나팔고둥이라는 이름은 패각에 구멍을 뚫어 소리를 내는 나팔로 사용할 수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수족관여서 내 소라와 섞여 있는 멸종위기 해양생물 나팔고둥의 모습. 환경부 제공.

국내에서는 제주도 연안의 경우 수심 10~20ｍ, 남해안 도서지역은 수심 30~50ｍ 지점에서 주로 발견된다. 일반 시민들이 접하기는 어려웠지만 최근 식용 고둥류를 통발로 어획하는 과정에서 함께 잡히거나, 형태가 유사한 고둥류와 섞여 유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나팔고둥은 ‘바다의 해충’으로 불리는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유일한 천적으로, 해양생태계의 생물다양성 유지에도 매우 중요한 생물이다.

정부는 나팔고둥을 포함한 보호종의 포획 및 채취를 예방하기 위해 어촌계장·이장단 회의와 어업인 교육·간담회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홍보와 계도 이후에도 국가보호종을 포획 및 유통하는 사례가 다시 발생하거나 고의성이 의심될 경우 관련법에 따라 대처하기로 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또는 해양보호생물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하거나 가공·유통·보관한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