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기업 급락에 현대오일뱅크 IPO 철회..아람코 지분 매각할까(종합)

황두현 기자 2022. 7. 2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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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시장 상황 고려..재추진 계획 논의 無"
에쓰오일·SK이노 주가 부진..10조원 가치 힘들다 판단한 듯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뉴스1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현대오일뱅크가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정유 수요둔화 우려로 수익구조가 대동소이한 S-OIL(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최근 급락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는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가 산정한 기업가치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의 IPO가 무산된 만큼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21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주식시장 악화 등 증시 여건이 악화함에 따라 상장 추진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우수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 시장 상황에서 더 이상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철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2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경영 악화로 상장을 포기한 바 있다. 이어 2018년에도 상장을 시도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으면서 IPO 작업을 중단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향후 상장 재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으나 지분 17%를 보유한 대주주 아람코와 맺은 주주협약에 따른 경영안정성 문제로 심사가 지연됐다. 이에 오일뱅크 측은 직접 아람코와 접촉을 시도해 이슈를 해결하며 지난달 29일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 번째 IPO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현대오일뱅크가 돌연 상장을 중단한 것은 아람코의 지분 투자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람코는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주식 4166만4012주(지분율 17%)를 사들였다. 매수대금은 1조3749억원이었다. 역산하면 기업가치를 8조800억원가량으로 추산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주주현황. © 뉴스1

상장예비심사가 승인될 때만 해도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10조원 안팎으로 평가됐고 국제유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IPO 추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줄어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시장 평가는 냉정해졌다. 지난 13일 코스피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5조9985억원을 기록했는데 2020년 2월17일(5조6392억원) 이후 가장 적은 규모였다.

국제유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전거래일보다 0.93% 떨어진 배럴당 99.98달러를 기록했다. 6월초 배럴당 122달러를 기록한 이후 수요 둔화 우려에 따른 재고 증가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공모가 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등 비교기업군의 주가가 급락했다. 에쓰오일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중순 13조7000억원에 육박했으나 이달 10조원 중반까지 하락했다. 25만원에 육박하던 SK이노베이션도 18만원까지 떨어졌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영업이익(2조1000억원)이 현대오일뱅크(1조100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오일뱅크의 상장 후 시총이 초기 기대치인 10조원에 미치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을 통해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면 지분 매각이라는 대안도 있다"며 "세번의 상장 시도가 모두 무산됐는지 또다시 도전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시가총액 조 단위 '대어'들이 잇따라 IPO를 철회하면서 상장 시장이 위축되는 모양새다.

지난 1월에는 현대차그룹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공모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가가 희망범위(5만7900원~7만5700원) 하단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대주주의 기대치에 못 미치며 상장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에는 SK그룹 계열사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잇따라 상장을 철회했다. 원스토어는 비교기업군으로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과 빅테크 기업 구글을 제시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었고, 결국 희망범위(3만4300~4만1700원)에 못 미치는 2만원대의 수요예측 주문이 들어오자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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