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모 차에 태워 '절벽 추락 살해'..살아남은 아들 '징역 6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인근 해안가 절벽 아래로 승용차(붉은원) 1대가 추락해 있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이 크게 다치고 노모인 80대 여성이 숨졌다. 경찰은 남성을 존속살해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뉴시스

제주 해안가 절벽에서 차량 추락 사고를 내 80대 치매 노모를 살해한 40대 아들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진재경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48세 남성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의 한 펜션에서 80대 친모인 B씨를 외제 차 조수석에 태웠다.

그는 이후 차를 몰고 해안도로 중앙선을 넘어 약 11m 절벽 아래로 추락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건 발생 하루 전날 차를 타고 범행 현장을 한 차례 사전 답사한 뒤 유서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동반 자살을 결심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데다가 B씨의 치매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자 B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사전에 범행 장소를 답사한 점과 B씨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자살을 시도하면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사건 당일 저녁 무렵에도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병원에 다녀와 통증이 나아지면 도와주겠다고 하는 등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오랜 기간 피해자를 돌봐왔고, 부양의 큰 부담을 떠안게 됐더라도 그런 사정이 피해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자신을 낳아 길러준 병약한 상태의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은 어떤 변명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원망, 분노, 재산적 탐욕 등으로 존속 살해한 패륜적 범죄와는 다르다"며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받아들인 점, 피고인의 아내와 친척 등 여러 사람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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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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