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한국의 베르사유'로?..'미술관+야외공연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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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베르사유'로 만들겠다는 게 박보균 장관의 구상입니다."
대통령이 떠난 서울 세종로 청와대를 고급 미술관과 상설 공연장으로 바꾸는 미래 청사진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내놓았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청와대 활용 종합 청사진 프로젝트를 뼈대로 하는 새 정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문화예술 공간 청사진은 박보균 장관이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룬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착상해 부처 실무자들과 함께 구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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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베르사유’로 만들겠다는 게 박보균 장관의 구상입니다.”
대통령이 떠난 서울 세종로 청와대를 고급 미술관과 상설 공연장으로 바꾸는 미래 청사진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내놓았다. 우선 청와대 본관 등 주요 건물에 고품격 전시를 표방한 미술관과 민간 대관 갤러리가 들어선다. 정원들은 조각공원과 야외공연장으로 활용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2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청와대 활용 종합 청사진 프로젝트를 뼈대로 하는 새 정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17세기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파리 남부 외곽에 거대한 인공정원과 함께 바로크 문화의 정수로 조성한 베르사유 궁의 얼개를 모델로 삼아 청와대를 자연유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가꾸겠다는 것이다.
‘살아 숨 쉬는 청와대’를 기치로 내건 청와대 활용 청사진 내역의 핵심은 ‘아트콤플렉스(문화예술단지)’다. 우선 청와대 얼굴인 본관과 관저는 원형을 보존해 관리하되 미술품 상설 전시장으로 재구성한다. 본관 1층 로비와 세종실, 충무실, 인왕실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되(2층 집무실과 회의실은 원형 유지), 이 공간들에 맞춰 제작한 작품은 본래 자리에 그대로 전시한다. 관저도 거실과 별채 식당을 중심으로 미술품을 설치하고, 본관 앞 대정원은 개방 1주년 등 주요 계기마다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종합 공연예술 무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993년 철거된 옛 본관(조선총독관저) 터에는 모형 복원도 추진한다. 박보균 장관은 20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 앞서 하루 전 열린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본관과 관저, 본관 터는 역대 대통령의 삶은 물론 중요한 결정을 내렸던 권력의 순간을 실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공간으로도 꾸밀 생각”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씨와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등 역대 대통령 일부 가족들과 대통령학 전문가 등으로 자문위원을 꾸렸다”고 말했다.
청와대 권역 남서쪽에 있는 영빈관은 ‘프리미엄’을 강조한 고품격 근현대미술품 전시장으로 재구성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영빈관은 동서양 요소가 혼합된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의 건축물로 내부 홀은 496㎡ 면적에 10m 층고를 가진 고품격 전시에 적합한 공간”이라며 “청와대 소장품 기획전을 비롯해 지난해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등 국내외 최고 작품들을 유치하고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오는 10월 영빈관에서 청와대 소장 미술품 컬렉션 609점 가운데 허백련, 장우성, 김기창, 서세옥, 박대성 등 한국화 대가들의 작품 30여점을 추려 첫 컬렉션 공개 전시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록과 스토리텔링 작업도 최고의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권역 남동쪽에 있는 언론 전용 공간이었던 춘추관은 시민 소통 공간으로 특화시킨다. 2층 브리핑실은 민간에 대관하는 특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첫 전시 행사로 장애인문화예술축제(A플러스 페스티벌)를 오는 8~9월 열 예정이라고 문체부는 밝혔다. 역대 대통령의 자취와 흔적, 600점 넘는 미술품, 5만여 그루의 수목, 침류각, 오운정 등의 문화재 등 청와대가 가진 최고의 콘텐츠를 내부 건축물, 야외 공간과 결합해 대한민국 최고의 상징 자산으로 정교하게 브랜드화한다는 취지다. 문체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문화예술 공간 청사진은 박보균 장관이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룬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착상해 부처 실무자들과 함께 구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집무실에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이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보고에 대해 “본관, 영빈관 등 청와대 공간이 국민의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청와대의 기존 소장품뿐 아니라 국내의 좋은 작품을 많이 전시해서 국민이 쉽게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문체부 산하기관이 장애인 작가와 신진 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우선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하며 이들의 전시 공연 공간 확보도 당부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등 국내외 최고 작품 유치 및 전시 계획에 대해서는 “지방 순회 전시를 활성화해 모든 지역이 균형 있게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보장하는 데 노력해달라고”고 덧붙였다.
문체부의 청와대 청사진 구상이 전해지자 문화재계는 청와대의 역사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나라의 문화재 정책을 심의, 결정하는 문화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고려시대 남경 별궁과 19세기 중건된 경복궁의 후원 같은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특수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며 “역사 공간의 보존을 위한 기초조사 과정을 거친 뒤 숙고해 발표해야 할 활용 방안을 처음부터 건너뛰고 내세운 것은 극도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전영우 문화재위원장은 “청와대 권역의 활용만을 강조한 문체부 안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면서 “분과 위원장, 위원들과 현재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문체부의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화재계 일각에서는 문화재위원회가 연대 성명 등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권역의 임시 관리 책임을 맡고있는 문화재청은 상부기관인 문체부의 안에 대해 일체의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청와대를 포함한 경복궁 후원의 각종 시설, 경관, 문화유산 등을 파악해 보존 ·관리 및 활용 방안의 기본 근거를 얻기 위한 ‘기초조사 연구용역 '을 발주해 한국건축역사학회와 계약을 앞둔 상황이다. 관람객의 출입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조사를 본격화할 경우 문체부의 미술관 조각공원 계획안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형석 기자 배지현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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