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극한의 가뭄 일상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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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온실가스 배출 현저히 줄였을 때, 오른쪽이 줄이지 않았을 때 l 20세기 후반 대비 21세기 중반 가뭄 상황, 빨간색 가뭄 증가) *해당 논문에서는 가뭄을 특정 지점에서의 유량이 과거 141년간 유량의 하위 10% 수준일 때 가뭄이라고 정의.
금세기 내 극한 가뭄 일상화 연구팀은 극한의 가뭄이 첫 번째로 도래하는 시기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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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우리나라에는 반갑지 않은 기록이 경신됐다. 주인공은 동해안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 3월, 동해안을 직격한 이 산불은 역대 최장, 최대 피해를 낳은 산불로 기록됐다. 522만여 그루의 나무가 사라졌고, 복구 비용만 1119억, 복원 기간은 미생물 복원까지 포함해 100년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산불의 원인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뭄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올겨울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고작 13.3mm로 평년의 15%를 밑돌았다. 이렇다 보니 토양은 메마를 대로 메말랐고 불은 더 쉽고 빠르게 번졌다.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재작년 호주에선 6개월 동안 산불이 이어지면서 한반도보다 더 큰 면적이 소실됐고, 작년 캘리포니아에서도 석 달 넘게 산불이 이어지면서 서울 넓이의 6배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처럼 최근 산불이 길게 지속되며 큰 피해로 이어지는 데는 적은 강수량으로 인한 가뭄이 큰 몫을 했다.
그럼 과거엔 좀처럼 없었던 가뭄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가뭄의 원인으론 기후변화를 꼽을 수 있다. 실제 국제 연구팀이 1902~2014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세기 전반(1902~1950)보다 후반(1985~2014)에 가뭄이 더 빈번했다. 연구팀은 건기 동안 각 지역의 건조도를 비교했는데, 북반구 대부분 지역에서 20세 후반 건조도가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 건조도를 높인 요인으로는 강수량 감소가 아닌 증발산 양의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쉽게 말해 비가 오는 양은 똑같은데,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해 물이 많이 증발한다는 것이다.
극한의 가뭄 빈번해져
*해당 논문에서는 가뭄을 특정 지점에서의 유량이 과거 141년간 유량의 하위 10% 수준일 때 가뭄이라고 정의.
금세기 내 극한 가뭄 일상화
지금은 비정상으로 보이는 현상들이 미래엔 자주 발생하면서 일상처럼 바뀐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상이 일상처럼 바뀌어도 우리가 겪는 타격감은 지금과 똑같다는 점이다. 비단 가뭄으로 인한 대형 산불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뭄이 오래 지속되면 농작물을 키울 수 없어 식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별로 식량안보 문제가 위협받으면서 결국 전 세계에 도미노처럼 타격을 줄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사실은 결과의 방향성은 같지만, RCP 2.6 시나리오와 RCP 8.5 시나리오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을 즉각 줄인다 해도 극한의 가뭄이 잦아지는 현상 자체를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현상을 늦추거나 우리가 겪을 타격을 줄일 순 있다.
지구는 라면 포트를 끓이는 냄비가 아니다. 불을 끈다고 해서 한 번 올라간 기온이 쉽게 떨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당장 우리가 탄소배출을 줄이고 노력을 해도 기온은 수십, 수백 년에 거쳐 서서히 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노력이 효과가 있을 거란 것들이 많은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참고문헌>
Yusuke Satoh & Hyungjun Kim et al., “The timing of unprecedented hydrological drought under climate change”, nature communications(2022) 13, 3287, doi.org/10.1038/s41467-022-30729-2
Ryan S. Padrón & Hyungjun Kim et al., “Observed changes in dry-season water availability
attributed to human-induced climate change“, nature geoscience(2020) 13, 477-481, doi.org/10.1038/s41561-020-0594-1
서동균 기자wind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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