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학생들 폭염 사각에 방치.."차라리 학교에"

김혜주 2022. 7. 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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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는 계절입니다.

야외 활동 자제하고 집안에 머무는 분들 많고, 집이 더우면 카페 같은 데로 피서를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집에 냉방기기도 없고 외출할 여력도 안 되면 꼼짝없이 찜통 같은 집안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방치되고 있는 어린 학생들 문제를 김혜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16살 민서는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다시 집을 나섭니다.

어딜 갈까 고민 끝에 찾은 곳은 집 근처 복지관.

돈 들이지 않고 더위를 피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김민서/가명/음성변조 : "학교 도서관이 4시 반이면 닫거든요. 그래서 학교가 끝나도 30분, 한 시간씩밖에 못 있어서..."]

여름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괴롭습니다.

에어컨은 고장난 지 오래.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민서네로선 수리비도 부담입니다.

[김민서/가명/음성변조 :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데, 선풍기에서도 따뜻한 바람이 부는 것 같고... 요즘은 한 3~4시간씩 자요. 너무 더워서... 시험 치는 날에 학교에서 졸 뻔했어요."]

옆 건물과 딱 붙은 집엔 바람이 통하지 않아, 뙤약볕 내리쬐는 바깥보다도 집안 기온이 더 높습니다.

[김민서/가명/음성변조 : "목 뒤나 아니면 등 이런 데 땀띠 나서 따갑기도 하고. 집이라는 공간이 저한테 좀 답답한 공간이라..."]

할머니와 사는 8살 은하 집엔 그래도 에어컨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출에서 돌아온 뒤 아주 잠깐씩만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습니다.

[은하(가명) 할머니/음성변조 : "전기세 많이 나올까 봐 무섭고. 저는 아침에는 안 틀고, 이제 우리 애기 오면 (틀어요)."]

장마철엔 빗물까지 집안으로 흘러들어 습도를 높입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해... 내일까지 비 온다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지하에 사는 은하에겐 곰팡이와 악취까지 일상.

학교를 안 가는 방학이 더 걱정스러운 이유입니다.

[은하(가명) 할머니/음성변조 : "우리 애기도 기침이 나고, 곰팡이가 심해서..."]

아동 주거 빈곤 가구 실태 조사를 보면 어린이 건강·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습기·곰팡이(17.5%), 비좁음(69.9%) 등이 꼽혔습니다.

어린이의 경우 성인에 비해 체온이 높지만, 체온 조절 기능은 덜 발달돼 더위에 더 취약합니다.

[허성권/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과장 :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고요. 또 집에 있는 시간에 장기간 불편함이 지속되다 보니까 우울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해마다 에너지 바우처·냉방기기 지원 등 취약계층 폭염 대책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몰라서 못 받고, 늦어서 못 받고, 지원 대상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혜택받는) 인원이 그렇게 많이 받지 않거든요. 필요하신 분들을 저희가 모두 알 수는 없으니까 미리 와서 요청을 하는 분들은 메모를 남겼다가..."]

[한국에너지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다 해 주면 좋죠. 근데 이게 예산이라는 게 한도가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엔 환경부에서도 아동 폭염 대책을 내놨는데, 일반 가정이 아닌 어린이집에 냉방장치를 제공하는 등 '시설 중심' 입니다.

그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가구들은 10곳 중 8곳 꼴로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납니다.

방학에도 차라리 학교에 가고싶다는 아이들이 거기 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 송혜성 최석규/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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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주 기자 (kh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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