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트럼프 재발 방지법' 초당적 제안..135년 된 '선거인단 개표법' 손질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상원의원들이 20일(현지시간) 의회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최종 승인하는 과정에서 의장을 맡은 부통령의 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의 의회 승인 절차를 악용해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선 개표 절차를 정비하려는 것이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 16명이 135년 전 제정된 ‘선거인단 개표법’ 개정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2020년 대선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한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의회의 대선 결과 승인을 말 그대로 절차적 행위로 한정하고, 특히 대선 결과 승인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 당연직 의장인 부통령의 권한을 회의 진행에 국한한다고 못 박았다. 선거 책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악용했던 지점들을 보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부로 정권 인수를 위한 지원을 제때 받지 못했던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권 인수인계 규정도 더 구체화했다.
미국 대선은 주별로 실시된 유권자 투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구조다. 각 주의 유권자 투표 결과가 나오면 개별 후보가 확보할 선거인단 규모가 파악되며, 이를 통해 승자가 누구인지도 판가름이 난다. 하지만 절차적으로는 주별로 실제 선거인단 투표를 시행하고,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연방 의회가 보고 받고 승인해야 당선자가 최종 확정된다.
2020년 11월3일 실시된 대선 결과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306명을 확보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2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사기가 자행됐다면서 무더기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일부 주의 선거 책임자들에게 개표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력을 넣었다. 조지아주가 대표적이었다. 대부분 소송에서 패배하거나 기각되고, 주 선거 당국자에게 행사한 압력도 소용이 없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절차에 주목했다.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지난해 1월6일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 승인을 거부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에 맞춰 워싱턴에서 집회를 열었고, 집회에 모인 군중 일부는 의회로 몰려가 난동을 부렸다. 미국 투표 및 개표 제도가 안고 있는 제도적 허점을 보여준 것이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과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을 필두로 한 양당 상원의원들은 개표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몇 달씩 토론을 벌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개정안에 이름을 올린 16명의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시작부터 초당적으로 모인 우리는 1887년 제정돼 낡고 모호한 개표법의 결함들을 바로잡는 법안을 마련하자는 비전을 공유했다”라면서 “수많은 회의와 토론, 선거 전문가 및 법률가와의 폭넓은 대화 등을 통해 정·부통령 선거 개표 및 승인 시스템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지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이 동조해야 하는데 법안 마련에 동참한 공화당 상원의원이 9명으로 1명이 부족한 상태다. 공화당 상원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선거인단 개표법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상원에 이어 하원의 문턱도 넘어야 한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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