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밤새 협상 타결될 줄 알았는데..거제주민·회사직원 모두 실망

신정철 2022. 7. 2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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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우조선 하청노사 파업…밤 늦게까지 협상 막판 결렬
윤 대통령 "빨리 파업 멈추고 정상화, 국민 모두 바란다"
대우조선해양 노·노갈등 심각, 폭행에다 재물손괴까지
희망버스 거제행은 "혼란 오히려 부추긴다" 일부 반발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20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와 하청지회가 비공개 협상을 재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0. photo@newsis.com

[거제=뉴시스] 신정철 기자 = 21일 오전 8시께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정문으로 출근하는 임직원들의 화제는 단연 하청노조 파업 문제였다.

이들의 표정은 새벽부터 내린 비 탓인지, 어젯밤쯤 타결됐어야 할 하청노사 협상 불발 탓인지 '우중충'한 모습이다.

앞서가던 한 직원이 뒤따라 오는 직원에게 "파업 타결 소식 있나", "어젯밤 뉴스에서는 타결이 입박하다고 하던데"라고 물었고, 그 직원은 고개만 가로 젓는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출근 후에야 협상결렬 소식을 들었다.

어제 오후 6시께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이틀 연속 거제를 방문,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조 측과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임금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었다.

이날 이 장관은 “지금 농성하시는 분들의 건강문제도 있고, 산업 피해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라며 “당사자가 조금씩 양보해서 평화적으로 타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이 장관과 면담을 마친 윤장혁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도 "오늘 중으로 협상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저녁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위치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회의실을 찾아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0. photo@newsis.com

그러나 하청노조 파업에 대한 협상은 결렸됐다.

어제 오후 7시30분부터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노조사무실에서 개최된 하청 노사간 파업철회에 관한 협상에서 파업 손해배상 면책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으로 이날 밤 11시20분께 협상이 종료됐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는 21일 오전 10시부터 협상을 재개하고 있지만 손해배상 면책이 큰 걸림돌이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임금인상 요구를 철회했는데도 하청업체 사용자들이 기존 합의를 번복하면서 교섭이 타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청업체 대표들이 이날 대우조선 원청이 예고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별도로 “민·형사 면책은 개별업체와 협의한다”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들은 협의 번복이라는 비난에 대해 “비공개·비밀 원칙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는데 조선하청지회가 교섭 내용을 공개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하청업체 쪽은 그동안 원청이 손배소를 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민형사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는데, 갑자기 이를 번복해 교섭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제공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51일째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누적 손실금액은 6000억 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에 매출 손실 259억원, 고정비 손실 57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20일 오후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영남·호남권 조합원들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서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22.07.20. con@newsis.com

김모씨 등 직원들은 "사실 어젯밤 늦게 협상이 타결될 줄 알았다"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오고, 협상에 임하는 하청 노사간에 분쟁 타결을 위한 의지도 강해서"라고 말했다.

이들은 "하청노조의 파업이후 이곳에서 많은 파업찬성·지지 집회와 파업반대 집회가 개최돼 이제는 집회 자체가 지긋지긋하다"며 "하루 빨리 파업이 종식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금 거제지역은 하청노조 파업으로 극한의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내 직원 간에도, 조선소 인근의 상인들 간에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지난 19일에는 조선소 직원이 하청노조들이 게시한 현수막 17개를 훼손했으며, 하청노조원은 조선소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한 사무직 직원은 조선소 도크를 점거한 하청노조에 대항해 인근 도크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앞 정문 도로와 남문 도로 일대는 어제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조원 5000여 명이 참가해 영호남권 총파업결의대회를 개최했고, 오늘은 오후 2시30분부터 민노총 지도부가 공권력 대우조선 진입반대 기자회견과 집회를 연다.

윤장혁 금속노조위원장은 정부가 공권력 행사로 파국을 만들면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임직원 4000명(경찰추산)도 이날 오후 사내에서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였다.

거제시민들도 지치고 울분이 쌓여간다. 거제시 주민자치위원화 및 이통장연합회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강도 높은 현재의 파업사태는 조선소 현장의 생산 차질 발생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도 미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거제=뉴시스] 신정철 기자=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임직원 4000명(경찰추산)이 지난 20일 오후 사내에서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시스DB).2022.07.21. sin@newsis.com

거제지역 경기도 바닥이다. 파업 직격탄을 맞은 옥포국제시장은 물론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고현시장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곳 상인들중 이창순(55)씨는 "거제도는 조선소 두개로 먹고 사는데 대우조선이 저 모양이니 걱정을 안 할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대우조선 인근 옥포중앙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63)씨는 "거제 상인들은 모두 조선소 하나만 보고 사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시장 곳곳에는 "장기간 파업사태 지역경제 파탄난다!" 등 파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지역 상인회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셔터를 내린 채 임대 안내가 붙어있는 점포들도 여럿 보였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오늘부터 내일까지 조직형태 변경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즉 금속노조 탈퇴 찬반투표다. 과반이상이 투표해 3분의 2이상이 찬상하면 금속노조 탈퇴가 결정된다.

거제지역은 오는 29일부터 3일간 지세포항 수변공원에서 '바다로 세계로' 축제가 개최된다.

수변공원 주변의 상인들과 축제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각정이 앞선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사태가 그때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축제가 성공적인 개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파업 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기보다 그저 빨리 종료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빨리 파업 멈추고 정상화시키는 것을 국민 모두가 바란다"며 사태해결을 지시했다.

반면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도 거제에 모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천주교전국연합 등 6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는 오는 23일 전국 24개 도시에서 출발, 오후 3시께 거제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 집결할 예정이다.

총 68개 단체가 희망버스에 동참하기로 결정했고, 참가 인원은 2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전모(61)씨 등 일부 거제시민들은 "하청노조 분규에 도움이 될 희망버스가 아니라 거제시민에게 혼란만 부추기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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