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당대표 후보들, 조국부터 檢개혁까지 반성..단일화 물꼬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재선 의원들이 21일 오전 토론회를 열어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출마자들의 생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반성과 혁신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다. 당선이 유력시되는 이재명 의원을 상대하기 위한 단일화를 이루진 못했지만 물꼬는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시 을)은 이날 혁신방안 발표에서 "70년대 생이지만 세대교체를 위해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뛰는 민주당을 위해 여기 섰다"며 "준비되지 않은 후보에게 무력하게 무너져버린 민주당의 무능력이 뼈아팠다. 국민 여러분께 왜 민주당이 있어야 하는지 우리의 효용을 스스로 입증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께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급하게 추진하는 잘못을 범했다. 중산층과 서민이 우선이라던 민주당의 모순에 대해 국민은 표로 심판하셨다"며 "불확실성과 불공정, 불평등에 맞서 발버둥치는 청년세대의 고민을 방치했다.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만 이들을 찾으려 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캠프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던 강 의원은 "제가 모든 것을 걸었던 대선 후보는 연고도, 명분도 없는 지역의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며 "인천에서 단체장을 지낸 5선의 당대표는 서울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당대표를 싸잡아 비판하며 당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성토한 것이다.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 을)은 조국 사태를 끄집어냈다. 박 의원은 "조국 사태 이전에는 검찰개혁에 대한 지지가 70%를 넘었다"며 "검찰개혁 핸들링을 급하게 하고 한쪽으로 몰고 절차적 과정을 넘어서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검찰개혁 명분도, 선거 승리의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민주당이 그런 모습을 보이고 민심을 떠나게 하는 과정 속에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했던 후보들이 낙선하며 피눈물을 흘렸다"며 "낙선자들을 만나보면 알겠지만 당이 내게 힘이 되는 게 아니라 짐이 됐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는 예비경선 중앙위원회 투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구 갑)은 "촛불혁명 당시 많은 시민이 사회개혁과 변화를 외쳤다"며 "그 열망 실현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고 지방자치단체 중 상당 부분을 민주당에 맡겨줬다. 그걸로도 부족하니 176석을 만들어줬으나 저희가 그 기대에 재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박 의원은 "이제라도 당이 추구하는 가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과 능력을 갖춰야 된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고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겠지만 이제라도 공들여 설치해 나가야 한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진보나 개혁과제는 단순히 정치인 몇 명 가지고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의 동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우리 당은 당원과의 소통구조가 부족하다. 당원에게 필요한 교육제도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문(친 문재인)계 대표선수 격인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구 을)은 김해영 전 의원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친문이어서 문재인 정부와 동떨어지는 일을 했을 때 침묵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를 국민 입장에서 쓴소리를 했다.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우리 당내 많은 계파 갈등이 있는데 이제 우리 모두 다 뛰어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97세대가 등장한 것도 친명(친 이재명)·친문을 뛰어넘고 586세대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계파를 뛰어넘고 김 전 의원과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도 품을 수 있는 민주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을 지적한 강 의원은 "도덕성이 무너졌다. 창피하다. 국민은 대체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나은게 뭐냐고 묻는다"며 "스스로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도덕성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 윤리심판원을 100%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성비위, 부동산 투기, 부정부패는 즉각 선조치해서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각 후보의 정견발표 이후 주도권 토론 순서로 넘어갔다. 주도권 토론에서는 그동안 민주당에 제기됐던 여러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각 후보들은 윤미향 의원 제명 건과 민형배 의원 복당 건 등 현안부터 단일화 논의까지 의견을 나눴다. 후보들은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됐을 때 어떤 상황이 이어질 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 강병원 의원은 "컷오프 전이라도 단일화로 공동스크럼을 짜고 컷오프 이후에는 본선 진출자가 가려질 것이니 그때 제대로 논의하고 실무협의체 가동해서 실질화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떨어지면 97세대 중 누군가를 열심히 밀겠다. 선거대책위원장이라도 맡겠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단일화의 취지와 방향, 내용, 가치 등을 공감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한 방향을 바라보고 어깨를 걸치면 되고 컷오프 전에 단일화를 하게되는 방식이라면 어쨌든 전이든 후든 민심을 중심으로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전당대회 흥행과 혁신을 보여주기 위해 영향력이 상당히 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훈식 의원은 "지금은 의견을 낼 시간이라고 본다"면서 "현실적인 방법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논의가 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고 컷오프 이후에는 당연히 그걸 열어놓고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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