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강대국' 위해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 허용 [반도체 전략 발표]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이재덕 기자 2022. 7.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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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받은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반도체 산업 초강대국’을 만들기 위해 노동·안전 규제를 대거 풀겠다고 나섰다. 반도체 업종에 대해 주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화학물질관리법 규제도 완화한다. 대기업 설비투자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고, 반도체 단지 건물 용적률도 최대 1.4배로 높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동진쎄미켐 발안공장을 방문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다. 동진쎄미켐은 국내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해 성공적인 민관협력 모델로 평가받고 받는다.

이번 대책은 9년 연속 전체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 2위, 메모리 시장점유율 1위 등 외형적 성과에도 정작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은 취약해졌다는 위기감에 따라 마련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반도체 위기론’ 꺼낸 정부, 대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높여

실제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과 연구개발(R&D) 투자에 5년간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은 반도체 첨단기업 지원을 위해 올해 7740억엔(약 7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산업부는 “메모리 반도체 선도 기술 확보 경쟁에서 미국 마이크론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데다,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대에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반도체 업계가 향후 5년간 340조원의 투자 계획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뿐 아니라 규제·인허가 특례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현행 6∼10%인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8∼12%로 2%포인트 올린다. 중견기업(최대 12%)과 중소기업(최대 20%)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조정 없이 대기업만 높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 구축 협약식’을 마친 후 반도체 소재 생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추가 세제혜택 가능성도 열어뒀다. 산업부 당국자는 “반도체 투자 규모가 제조업서 약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국회에서도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안전 규제도 대폭 풀어준다. 현재 일본 수출규제 품목 연구·개발(R&D)까지 확대 허용해온 특별연장근로제(주 52시간 → 최대 64시간)를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로 확대키로 했다.

화학물질·안전 규제도 설비교체가 잦은 반도체 산업 특수성을 감안해 국제기관 인증을 받은 장비는 취급시설 기준 적용을 면제키로 했다. 또 유·누출 확산방지 장치가 있을 경우, 긴급차단 설비 등의 시설 기준 적용을 면제키로 했다.

대책에는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 중인 용인·평택 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인프라 지원 방안도 담겼다. 용적률을 현행 350%에서 490%로 최대 1.4배 상향해 한정된 부지에서 설비 신·증설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산업단지에 쓰이는 전력·용수 비용에 대해 국비 지원을 검토키로 했다.

노조 없는 중기 반도체 업체 직격탄…근무시간 연장

이번 대책과 관련해, 노동계에서는 중소기업 반도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연장근로는 재난, 재해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취지였지만 요건이 점점 넓혀지고 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승인율은 최근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서류를 거의 안 보고 통과시키는 수준이 됐다”며 “특별연장근로를 위해서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회사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특히, 중소기업 반도체 회사들은 R&D 인력과 생산 인력이 겹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결국 중소기업 반도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누출 확산 방지장치가 있는 사업장에 긴급차단 설비 등의 적용을 면제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한번의 유출 사고만으로도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성급한 기준 면제 등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반도체 설비는 밀폐된 곳에서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화학물질의 확산을 막는 물리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이런 경우 별도의 차단 설비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가 대책도 예고했다. 이 장관은 “배터리, 디스플레이, 미래 모빌리티, 로봇, 바이오 등 반도체 미래수요를 견인할 유망 신산업을 ‘반도체 플러스 산업’으로 묶고 경쟁력 강화방안을 순차적으로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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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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