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학 채플 의무 수강은 종교 자유 침해"

기사내용 요약
채플 수강해야 졸업 가능한 대학…재학생 진정
학교 측 "사전 안내 충분했고 강의 다양한 방식"
강사에 목사 포함…인권위 "실질 목적은 전도"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대학에서 대체안 없이 채플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정한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1일 A대학 총장에게 채플 대체과목을 추가로 개설하거나 대체과제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대학의 비기독교학과 재학생 B씨는 학교가 모든 학과 학생에게 강제로 채플을 수강케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대학은 채플 미수강 시 졸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대학은 다른 종립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채플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강의 내용을 문화공연·인성교육 등으로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운영방식 또한 예배 형식을 취하지 않는 등 종교를 강요하는 요소가 없으며, 신입생 모집요강 등을 통해 학교 선택 시 채플 이수가 의무임을 알 수 있는 사전 안내도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대학의 채플이 설교나 기도 등 예배의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적 종교교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학교 채플 수업개요 및 목표엔 '기독교 정신 함양', '기독교의 진리를 가르침' 등이 명시돼 있고 채플 강사 중엔 외부에서 초빙된 목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인권위는 통상 대학 선택에 있어 종립대학 여부가 크게 유의미한 조건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학생들이 입학 전 채플 이수가 의무사항임을 알고 있다고 해도 입학 사실이 곧장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종립대학도 공법상 교육기관이고 교육 관계법의 규제를 받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A대학이 비신앙 학생들을 위해 해당 과목의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등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