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글로벌 인기 키운 '집단 창작', 표절 노출 위험도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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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곡을 만들고 안무도 짜 '만능 아이돌'로 불렸던 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소연의 이미지는 지난 2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부 기획사들이 K팝 아이돌의 성공 신화를 만들기 위해 소속 그룹 멤버를 무리하게 작곡에 참여시키는 관행도 표절 논란의 잠재적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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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표절 논란, 글로벌 파장
직접 곡을 만들고 안무도 짜 '만능 아이돌'로 불렸던 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소연의 이미지는 지난 2월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달이 난 진원지는 MBC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 후 설렘' 마지막 경연. 지원자들의 멘토로 참여한 소연은 직접 만든 '선'을 미션곡으로 내놨는데 방송 후 표절 논란으로 입길에 올랐다. 아이돌그룹 에이티즈가 2019년 발표한 '웨이브'와 후렴이 비슷하다는 의혹이었다. 결국 소연은 "'선'의 부분적 멜로디 유사성에 대해 뒤늦게 인지했고, 창작자로서 사과드린다"고 의혹 일부를 인정했다. 소연은 두 곡의 유사성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지만, 그가 리더인 (여자)아이들은 2019년 9월 한 음악프로그램에서 에이티즈의 '웨이브'와 1위 후보에 함께 올랐던 터라 거짓말 논란까지 더해졌다. 소연의 표절 논란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을 통해 해외로 빠르게 퍼졌고,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엔 '무의식적으로 표절했다는 게 법원에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drunkpre***)는 내용의 글이 영어로 올라왔다. 국내 대중 음악시장에서 표절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K팝으로 재편된 시장에서의 그 여파는 예전과 180도 다르다. K팝 표절 논란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스캔들로 불거져 파문을 몰고 올 수 있다. K팝의 세계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분업화· 외주화한 '집단 창작', 책임 소재 불분명
이 같은 글로벌 영향력으로 인해 표절에 대한 경계심은 한층 높아지고 있지만, K팝의 '글로벌 집단 창작'이 표절 논란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0년대까지는 1인 작곡 체제가 유행했지만 요즘 K팝은 극도로 세분화돼 제작되고 있다. 악기 연주 그리고 가수가 부르는 멜로디 파트 등을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적의 작곡가들이 각자 만들고 그 음원 소스를 합쳐 한 곡을 완성하는 식이다. 이렇게 달라진 창작 시스템은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해 K팝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부 작곡가가 이중으로 음원을 판매하고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무단 샘플링하는 사례가 잇따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집단 창작 체제에서 작업이 이뤄진 이효리 4집(6곡 음원 사기·2010)과 방탄소년단 '버터'(음원 이중계약 의혹·2021) 등이 대표적이다. 작곡이 극도로 분업화되고 외주화하면서 아티스트의 의도와 상관 없이 표절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올해 발표된 아이돌그룹 A의 신곡은 11명의 작곡가가 함께 만들었다"며 "이런 시스템에선 모든 음원 소스의 명확한 출처를 외부 작곡가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져 표절 및 관련 논란 검증에 취약할 수 있다"고 봤다.
"무리한 아이돌 작곡 신화가 표절 논란 자초할 수 있어"
일부 기획사들이 K팝 아이돌의 성공 신화를 만들기 위해 소속 그룹 멤버를 무리하게 작곡에 참여시키는 관행도 표절 논란의 잠재적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K팝 작곡가는 "일부 아이돌의 경우 특정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이런 분위기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 때론 악보도 볼 줄 모르는데 작곡했다는 성공 신화로 둔갑한다"며 "특정 곡을 콕 짚어 이런 스타일로 곡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작곡가가 기존에 발표된 곡을 레퍼런스(참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일권 음악평론가는 'K팝 신화의 그림자'(2021)에서 "J팝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K팝의 작곡 환경은 미국 팝 음악 시장과 맞물려 가기 시작했고, 참고 대상이 J팝에서 미국팝으로 옮겨갔다"며 "중국 일부 가수들이 가요를 무단으로 번안해 제 노래인 양 부른 것을 비판한 K팝이 내로남불이 되지 않으려면 표절에 대한 법부터 미국이나 유럽처럼 강력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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