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40분 집안 청소가 건강비결.. 저녁엔 1만보 걸으며 근력운동도"

박현수 기자 2022. 7.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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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병 대한언론인회 회장이 지난 18일 한국언론의 상징인 한국프레스센터 광장에 있는 조형물 ‘굽히지 않는 펜’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기자는 언제나 현장을 찾아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병 회장은 지난 18일 대한언론인회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내일을 살아가야 할 우리 2세들에게 꼭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박기병 회장은 지난 18일 한국프레스센터 14층에 있는 대한언론인회 사무실 앞에서 "청소와 걷기, 근력운동과 함께 일기 쓰기 등 매일 반복하는 평범한 습관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 - 박기병 대한언론인회 회장

저녁때는 매일 불광천변 산책

틈만나면 물마시기도 큰 도움

치매 예방위해서 일기 쓰기도

글·사진=박현수 기자

“집 안 청소가 나에겐 최고의 운동입니다. 더 이상 좋은 운동은 찾지 못했어요. 허허.”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4층 사무실에서 만난 박기병(91) 대한언론인회 회장은 건강비결을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 현대언론사의 산증인이자 국내 최고령 현역 기자다. 지난 1957년 대한통신사에 입사해 언론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후 부산일보 정치부장과 특히, 지역 신문기자로는 처음으로 제10대와 17대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지냈다. 이어 강릉·춘천MBC 사장, 강원민방(GTB)과 구로케이블TV 대표이사 등 신문사와 통신사, 방송사를 넘나들며 65년째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언론계의 큰 어른이다.

지난 2020년 89세의 나이에 대한언론인회 회장 선거에 출마, 3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역점을 둔 사업은 한국언론을 이끌어 온 원로 언론인들의 발자취를 소개한 ‘한국 언론계의 거목’을 출간한 일이다. 2집과 3집을 펴낸 데 이어 오는 10월 4집 발간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집필에도 참여해 3집에 이혜복 전 대한언론인회 회장에 관한 글을 썼고, 4집에는 이강현 초대 한국기자협회장에 대한 글도 자료들을 찾아가며 쓰고 있다.

슬하에 1남 2녀 자녀는 모두 출가했고 교사로 정년퇴직한 부인 이옥희(84) 여사와 서울 은평구 응암동 아파트에서 사는 박 회장은 당뇨가 있어 약을 먹는 거 외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했다. 여가에는 주로 신문과 책을 읽는다. 돋보기를 이용하지 않고 읽을 정도로 시력도 뛰어나다.

지금의 그를 지탱해 주는 건강법은 뭘까. 그는 ‘집 안 청소’를 가장 먼저 꼽았다. 오전 6시에 기상하자마자 집 안 청소로 일과를 시작한다.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고…. 이렇게 40분 정도 집 안 구석구석을 치우면 온몸에 땀이 납니다. 지난 2005년쯤부터 시작했는데 이젠 일상이 됐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에요. 자원해 도맡아 하니까 아내도 좋아해요.”

‘물 마시기’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청소에 앞서 “미지근한 물을 한 컵 마시고 종일 수시로 섭취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반드시 물 한 컵을 마시는 게 습관”이라고 했다. 6·25전쟁 때 중공군에 포위를 당해 며칠 동안 물만 마시고 버텨 낸 경험에서 비롯됐다. 사람이 아무것도 못 먹고 물만 마셔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걷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8000보에서 좀 많이 걸으면 1만 보정도 걷는다. 매일 오전 10시면 언론인회 사무실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7시부터 불광천 변을 걷기 시작한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해 근력운동도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대략 8시 30분이다.

출퇴근은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굳이 경로석에 앉지 않고 손잡이를 잡고 발뒤꿈치를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 대목에서 ‘건강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대까지는 ‘북한산 다람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산에 다녔지만 80이 넘으면서 하지 않고 있다. 골프도 80대 중반까지는 즐겼는데, “이젠 끼워주는 사람이 없다”면서 껄껄 웃었다. 그리고 1995년부터 일기도 쓰고 있다. “일과가 정리되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 회장은 2015년 설립한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장도 7년째 맡고 있다. 계간지 ‘재외동포 저널’ 발행인으로 최근 16호까지 펴냈다. 집필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 14호에서는 ‘재외동포재단 김성곤 이사장에게 듣는다’는 특별 대담을 통해 해외동포의 과거와 현재의 실태를 소개했다. 매년 ‘재외동포 언론인 초청 국제심포지엄’도 열고 있다. 그는 춘천사범학교 재학 중 6·25전쟁이 일어나자 학도병으로 입대, 4년 가까이 복무를 했다. 강원도 양구 백석산 전투 등에서 공적을 세워 1953년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2010년 6·25전쟁 참전기자들 모임인 ‘6·25참전언론인회’를 설립,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가 대한언론인회를 비롯해 3개 단체를 이끌어 가는 것은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게을러지면 안 돼요. 무엇보다 많이 움직이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리고 봉사한다는 자세, 베푸는 마음도 필요하지요. 즐겁게 살고 매사에 긍정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나이 먹으면 특히 경계해야 할 포인트도 알려줬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해요. 욕심을 내면 스트레스가 생겨요. 그럼 병나고 제명대로 못살아요.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면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식사는 하루 세끼 꼬박 챙겨 먹는다,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고, 주로 한식으로 한다. 소고기 외에 다른 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술은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셔요. 분위기가 좋으면 3~4잔 정도 소맥(소주+맥주)을 할 때도 있지요. 혈액순환에도 좋아 적당량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담배는 처음부터 배우지 않았어요.”

그는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대과 없이 언론인 생활 65년을 한 것은 인간관계에서 신뢰와 믿음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아오면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신의 노력보다는 “인복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겸손해했다.

박 회장은 “청소와 걷기, 근력운동과 함께 일기 쓰기 등 매일 반복하는 평범한 습관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강조했다.

■ 박기병 대한언론인회 회장이 걸어 온 길

1932년 강원 양구군에서 태어났다. 1950년 춘천사범학교(현 춘천교대)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19세의 나이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명지대 행정학과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고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수료했다. 1957년 대한통신사 정치부 기자를 시작으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이어 국제신보와 부산일보로 옮겨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다. 국제기자연맹(IFJ) 제14차 총회에 한국대표로도 참석했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 기자 출신이 한국기자협회장을 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부산일보에 있으면서 처음으로 제10대(1973년)와 17대(1978년) 두 차례나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지낸 데 이어 방송사로 옮겨 강릉과 춘천MBC 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1998년 11월 강원민방(GTB)을 설립, 2001년 12월 15일 첫 전파를 쏘아 올려 지역 민방 기반 조성에 일익을 했다. 이후 구로케이블TV 사장 등을 지냈고, 현재 전자랜드 홍보그룹 상임고문도 맡고 있다.

공보처장관 표창(1995년), 국방부장관 표창(2009년), 국무총리표창(2021년)을 받았고, 제23회 대한언론상(특별공로부문), 춘천 교대 ‘모교를 빛낸 인물’상, 연세대 ‘동문을 빛낸 인물’상 등을 수상했다.

미수(米壽)를 맞아 2019년 기념문집‘격동의 수레바퀴 언론의 길 60년’을 펴냈다. 이 책 서문에서 박 회장은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내일을 살아가야 할 우리 2세들에게 꼭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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