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급량 40%→30%'..푸틴, 서방에 '에너지戰' 선전포고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여러 구실로 줄였다 늘리며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까지 소비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해온 유럽 경제는 러시아가 휘두르는 지휘봉을 따라 휘청이는 모습이다.
바야흐로 유럽에 또 다른 전쟁, '에너지 전쟁'이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가스통 들었다...다른 손엔 '라이터'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클라우스 뮐러 독일 연방네트워크청장은 ZDF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가스프롬이 하루 약 530기가와트시(GWh)로 가스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약 30% 수준"이라며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계약상으로 합의된 부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노드스트림1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송유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 매년 550입방미터(㎥)의 러산 가스를 공급했다. 지난 11일부터 연례 유지보수에 들어가면서 열흘간 공급이 중단됐고, 유럽 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공급이 재개되는 것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해온 '유지보수 후 공급 재개'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번 연례 유지보수에 들어가기 앞서 가스프롬은 지난달 노드스트림1 가스수송량을 기존의 절반 이상인 40%로 줄였다. 지멘스에너지가 터빈을 캐나다에서 정비 중이었는데, 제재로 장비 반환이 막혔다는 핑계를 들었다. 그러나 해당 터빈은 9월부터 사용하기로 한 대체 부품으로, '구실'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이에 이번 유지보수 이후 공급 중단이 계속되거나 공급량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는데, 적중한 것이다. 한 달 전 감소치보다 딱 10%포인트(p) 줄었다.
이탈리아도 지난주부터 가스 공급량이 3분의 1 줄었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유사 에니는 지난 11일부터 일일 약 2100만 입방미터의 가스만 가스프롬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직전까지 이탈리아가 들여온 러산 가스 공급량은 일일 3200만 입방미터다.
이 밖에도 러시아는 이미 프랑스와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에도 가스 공급을 중단한 상황이다.
강력한 공격을 받은 유럽은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날(20일) 27개 회원국에 가스 소비를 15% 줄이는 조치를 당장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에너지 전쟁만 놓고 보면 그 시작은 EU가 먼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6차 제재로 지난달 초 확정한 석유 금수 조치가 발단이다. EU 에너지 소비 스펙트럼 중 석유가 34.5%로 가장 비중이 높고, 가스가 23.7%로 뒤를 잇는다. 반면 이들 자원의 대러시아 의존도는 가스가 약 40%로 더 높고 석유가 30% 수준.
즉, EU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석유 수입 금지로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려 했는데, 오히려 러시아가 먼저 가스 공급을 끊겠다며 반격해온 것이다.
◇단기전은 푸틴이 유리…장기전으로 가면 '글쎄'
러시아가 적게나마 노드스트림1 공급량을 유지하기로 한 건 유럽을 상대로 한 에너지 전쟁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첫 에너지 특사를 역임한 데이비드 골드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노드스트림1에서 가스 흐름을 일부 유지하는 한 그는 소득과 레버리지를 모두 누릴 수 있지만, 한번 공급을 끊으면 두 가지를 모두 잃고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노드스트림의 가스 흐름을 낮게 유지하면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 경우 유럽의 결의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유럽의 대러 에너지 의존을 유지하고 천연가스 공급 관련 불확실성을 쌓으면 가격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데이터제공업체 ICIS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 가스관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는 사이 하루 약 1억 유로(약 1339억 원)의 가스 판매 수익을 올렸다.
무엇보다 프라사드 교수는 "유럽 경제의 미래를 어느정도 좌우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유럽은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겨울을 무사히 나려면 여름에도 가스 공급을 계속 받아 11월 초까지는 가스 저장 탱크를 용량의 80%까지 채워야 하는데, 현재 저장 수준이 65%인 상황에서 목표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공급 부족이 이어져 가스 공급 경보를 최고 단계인 '비상'으로 상향하고 가스 배급제를 실시하면 우선 배분이 가정과 의료시설 등으로 이뤄져 산업계는 공장 중단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경제 초토화 시나리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높은 가스 가격과 변동성 증가, 공급 불안으로 EU가 기존에 목표해온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화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해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 고리를 더 빨리 끊어낼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아울러 투자자문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올해 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사이 약 1500억 입방미터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계약이 새로 체결됐다. 2024년부터는 LNG 공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판매는 현재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수익원이다. 그런 러시아의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구매해온 고객은 유럽 국가들이다. 에너지 전쟁 심화가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에도 득이 될 게 없는 이유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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