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철회에도 쏘카·수산인더스트리 "상장 추진중"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채새롬 기자 = 올해 하반기 기대를 받던 현대오일뱅크가 돌연 상장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쏘카 등 일부 기업들은 예정대로 상장을 마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최근 증시 상황과 동종사의 주가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21일 공시했다.
세 번째 상장에 도전하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서 지난달 승인을 받아 오는 10∼11월께 상장할 예정이었다.
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증시 상장 여건이 악화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정유업이 초호황을 누려 현대오일뱅크가 무사히 상장을 마칠 것으로 봤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우수한 실적에도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 시장 상황에서 더는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3년 전 2대 주주인 아람코가 지분 17%를 매입할 당시 기업가치는 8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상장을 추진했다면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가치를 평가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 철회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oil 주가는 지난 6월 장중 12만3천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9만원대로 떨어졌다.
현재 시가총액을 보면 SK 15조9천억원대, S-oil 10조5천억원대 등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후 시가총액이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산정 문제는 현대중공업 일가 입장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구주 매출 가격이 높아질수록 승계 작업 중인 현대중공업 일가에 유리하다는 점도 우선 고려 대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오일뱅크 최대 주주인 HD현대와 특수관계인 아산나눔재단은 지분 74.10%를 보유하고 있다. 또 지주회사 HD현대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이 26.60%,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5.2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등 대기업들도 상장을 철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에 나선 비공개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호전돼 최고의 몸값을 받기를 원하지만, 목표와 시장 평가 가격 간 괴리가 크면 투자 차익을 거두기 어려워져 상장 시기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심사를 받는 기업이나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 중에서 추가로 상장 의사를 접은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 중에서 현대오일뱅크만 철회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수산인더스트리, 쏘카, 현대오일뱅크 등 3곳 중 2곳은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수산인더스트리는 이번 주 공모 절차를 끝내고 다음 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쏘카도 지난 4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하고 오는 8월 기관 수요 예측을 앞두고 있다.
쏘카 관계자는 "상장 일정을 미루거나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 "다음 달 3일 기자간담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빌리티 업계 자체가 상당히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시장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며 "공격적으로 투자 진행해야 할 때로 내부적으로는 지금 시기가 상장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가는 이미 할인이 많이 돼 있다"며 "상장 이후 유통 물량도 16% 정도밖에 안 되고 100% 신주 발행으로 이뤄져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쏘카는 구주매출 없이 공모주를 전량 신주로 발행한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1년, 전략적 투자자 6개월, 재무적 투자자는 1개월, 3개월, 6개월 균등 보호예수 기간을 약정해 상장 후 유통 물량은 전체 주식의 16.28% 수준이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3만4천∼4만5천원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2천48억원이고, 시가총액은 1조5천944억원이다. 현재 시장 상황에서 공모 흥행 여부가 관건이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기업인 컬리(마켓컬리)도 하반기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컬리는 최근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서를 거래소에 제출하면서 상장 심사를 위한 행정적인 장애물을 없앴다.
거래소는 이달 내에 추가 서류와 반기 실적을 받아 검토한 뒤 다음 달 중순께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컬리가 애초 목표로 한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워지면 공모가 산정을 두고 진통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컬리는 영업망을 확장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해 상장 의지가 강하지만, 재무적 투자자들이 가격에 동의하지 않으면 상장이 자칫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케이뱅크도 지난달 말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연내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독점 계좌 제휴를 통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내부적으로는 고객 확보와 영업 확대가 절실해 상장 추진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 에이치와이티씨, 모델솔루션, 새빗켐, 파인테크닉스, 에스비비테크, 더블유씨피, 아이씨에이치, 샤페론, 알파바이오, 성일하이텍, 에이프릴바이오 등 기업들이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표]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통과 주요 기업 현황
※ 자료: 한국거래소(21일 기준. 스팩 제외)
indigo@yna.co.kr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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