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튀르키예 '선의 축' 구축 시도.."영속 동맹 어려운 복잡한 관계"
기사내용 요약
3국간 이해관계 상충 많아 쉽지 않은 일
러, 대이란 교역 신기록…석유 수출 경쟁
러는 이란 핵보유에 반대 입장 분명
양국 시리아 문제 입장은 일치
튀르키예 시리아 북부 공격 통지 목적일 뿐
미·러 양다리 걸치며 이익 극대화 행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튀르키예(터키)와 함께 미국에 맞서는 '선의 축(axis of good)'을 구축하는 외교에 나섰지만 세 나라 사이의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의 이란 방문에 대해 러시아 하원의원 겸 TV 해설자인 예프게니 포포프가 조지 W. 부시 전 미대통령이 이란·이라크·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부른 것에 빗대 이란과 튀르키예가 "선의 축"을 구축하길 희망했다고 논평했다.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관계자들이 미국의 외교적 실수와 표현을 조롱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특히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다극적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맞서기 위해 결속을 강화해왔다.
미국이 동맹관계를 가치와 민주주의 동맹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하는 것과 달리 러시아, 이란, 중국을 비롯한 친러국가들은 실무관계를 강화하는데 열심이다.
그러나 실무관계 강화만으로 영속적인 동맹이 구축되지는 않으며 이들 나라들 사이의 긴장관계가 감춰지지도 않는다.
조지타운대 찰스 쿱찬 교수는 "러시아가 전에 없이 세계에서 고립돼 있다. 최대한 인정을 받으려 애쓰는 푸틴의 입장이 테헤란에서 한 발언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협력해 미국에 맞서는 중국조차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조심스럽게 거리를 둔다"면서 "러시아에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나라들 대부분이 러시아의 침공이 지나친 공격행동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의 유럽외교위원회 연구 책임자 제레미 샤피로는 러시아와 중국 어느 쪽도 열성적인 동맹국이 없으며 연성권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도 중국을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힘이 세다는 건 안다. 러시아는 더 상황이 나쁘다. 러시아의 연성 권력은 술취한 고슴도치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에너지 등 자원이 많고 군사력을 사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파리의 전략연구재단 안보 전문가 프랑수아 에보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대국간 분쟁으로 본다. 그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전쟁에 방관적이지만 그들의 절반이 인도와 중국이라면서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지 않도록 미국이 막고 있고 러시아 무기에 의존하면서 중국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인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푸틴 말대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러시아는 거래를 할 수 있는 나라를 필요로 하며 시간이 갈수록 더 간절해질 것이다. 쿱찬 교수는 미국의 엄격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기꺼이 러시아와 거래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쓸 정찰기가 필요해 이란으로부터 공격용 및 정찰용 드론을 사들이려고 한다고 폭로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를 합병한 이래 서방이 러시아 제재를 지속하면서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이란과 러시아는 관계를 강화해 왔다. 지난해 양국간 교역량은 역대 최대인 35억달러(약 4조601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양국 사이에는 주목할 만한 이견도 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적대감에 동조하지 않으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길 원치 않는다. 러시아 정부는 대체로 2018년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 핵협정을 복원하는데 협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지난주 이란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 군사행동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는 핵협상 복원이 실패할 경우 가능성이 커지는 서방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에 대해서도 크게 개념치 않는다.
러시아와 이란은 또 제재 속에서 석유를 중국 등에 저가로 파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샤피로 연구원은 양국이 제재 대상 석유 판매 카르텔을 형성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또 이란에 밀수되는 마약문제로 골치를 썩는다.
반면 시리아 문제에 대해선 양국이 함께 오래도록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시리아 문제는 레세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참여한 테헤란 정상회담의 주 의제였다.
튀르키예는 러시아, 이란과 '선의 축'을 구축하는데는 관심이 없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미국을 상대로 상당한 협상력을 갖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외교정책을 구사해왔다.
샤피로 연구원은 "양다리를 걸치는 방법으로 미국에는 말 잘듣는 동맹국이 아니며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온 튀르키예는 러시아를 향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에보연구원도 "튀르키예는 줄곧 양다리를 걸치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정치,경제, 전략적으로 많은 이득을 보고 있지만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협상 중재자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사이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한다. 유엔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과 함께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곡물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중재하고 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공미사일을 구매했으며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나토와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남아 있으면서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강경한 대러 성명에 참여했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을 공격할 무기와 드론을 팔았으며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했다.
쿱찬 교수는 튀르키예가 중재역할을 하면서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소통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와도 그렇다. 쿱찬 교수는 "에르도안이 인도주의를 내세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이뤄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신뢰를 구축하는 새로운 외교 노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튀르키예가 테헤란 3국 정상회담을 통해 노린 것은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다.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을에 대한 군사공격을 인정받는 것이 주목적이다.
에보 연구원은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은 튀르키예 야당도 지지할 만큼 인기가 높은 정책이며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에르도안이 승리하기 위해 추진해온 일이라고 지적했다. 테헤란에 모인 3국의 공통 관심사는 시리아 문제 뿐이다.
이란과 러시아는 아사드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해왔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아사드와 맞서는 반군을 지지해왔다. 시리아 북부에 파병해 시리아·이란·러시아 군대가 반군이 장악한 이들립 지방을 점령하는 것을 막았다.
에보 연구원은 "에르도안으로선 지금이 쿠르드를 제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시리아에 대한 공격에 반대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의 파병이 북부에 그치는 한 크게 개념치 않는다. 에보 연구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테헤란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와 이란에 자신의 계획을 알림으로써 대립하는 것을 피하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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