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노동자 갇힌 철창의 의미 윤석열 대통령 들어야
[7.23 희망버스 기고] 우리가 함께 세워야 할 희망은 무엇인가
[미디어오늘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기득권 사회를 유지시키는 힘은 무관심이다.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부정의한지 관심조차 갖지 못하게 하는 생존의 팍팍함은 사회와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하도록 만든다. 무관심을 깨기 위해 수없이 캠페인과 교육 등을 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런데 때로는 무관심은 주체의 노력이 아니라 기득권집단의 망언으로 깨지기도 한다. 망언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실천의 동력이 된다.
지난 7월 18일과 19일 연이틀 윤석열 대통령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불법과 공권력 개입 시사 발언으로 오히려 시민들의 응원이 늘어났다.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한번이라도 대통령과 정부는 노동자들을 만나본 적이 있느냐고 항의하는 성명과 SNS 글이 넘쳐났다.
2015년부터 시작된 조선 산업 불황과 구조조정으로 많은 비정규직들이 쫓겨났다.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삭감을 감당해야 했다. 조선 산업이 다시 호황인 지금, 8년간 상여금 등 30%나 삭감된 임금을 되돌려 달라는 요구는 과하다고 할 수 없다. 시민들은 대우조선의 지분을 절반이상 갖고 있는 국책기관인 산업은행은 왜 손을 놓고 있는지 물었다. 왜 공정을 내건 윤석열 정부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임금인상을 할 수 없도록 터무니없게 낮게 책정한 기성금과 다단계 하도급의 불공정에 대해 침묵하는가.
무엇보다 원청과 하청이 노동법에 따라 파업권을 화보해서 파업하는데 원청과 하청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폭언과 폭력을 쓰는 불법을 할 때 도대체 정부와 경찰은 무엇을 했느냐고도 물었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 먼저 얘기하는 것이 윤석열 식 공정이냐며 분노했다.
파업권을 부정하는 한국 바뀌어야
연이은 정부여당의 강경대응 발언에 7월 23일 거제로 희망버스를 타러가겠다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후원도 늘어났다.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행안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등이 거제로 내려갔다. 사태를 풀려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문제는 여전히 도크를 점거하며 파업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불법이라는 정부의 시각은 그대로인 듯하다는 점이다.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약칭 유엔사회권위)나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인권기구는 합법파업 여부를 제한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법과 관행이 문제라고 여러 번 지적했다. 이번에 비준한 ILO 협약 87호에서 직장점거도 합법적인 파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살인 같은 극단적 방식이 아닌 한 점거 여부로 합법파업과 불법파업을 가르지 않는다. 파업의 형태는 노동자가 정하는 것이 옳다. 또 파업의 목적은 회사의 업무를 어렵게 하는 것이니 업무손실이 났다고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파업권을 온전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5개 부처 장관이 공동담화문에서 지적한 형사 처벌과 손해배상 청구 협박은 유엔사회권위원회에서 2009년과 2017년 두 번이나 파업권을 제한하므로 개선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국제인권기준에 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권력투입은 생명과 건강을 앗아가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파업투쟁을 할 때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 진압한 이후 노동자들의 정신과 신체의 건강훼손은 심각했다. 3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트라우마와 생계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2018년 경찰청 산하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에서도 쌍용차 강제진압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회사와 협조해 강제진압계획을 수립한 것도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에 공권력 과잉행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지침과 절차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는데, 다시 파업 현장에 공권력 투입을 정부가 나서서 말하는 퇴행적 상황을 국민들은 납득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죽고 다치는 하청구조에서 나만 살라고
정부가 불법행위라고 단정한 하청노동자들의 시설점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미 대법원이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장 점거를 하는 쟁의행위나 집회시위를 업무방해죄로 다룰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일을 원청사업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일터에서 파업을 하는 것이 어찌 불법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노동조건은 원청이 대부분 정한다. 원청의 책임이 큰데 어떻게 하청업체와의 교섭으로 해결이 되겠는가. 다단계하청구조는 노동조건과 파업권을 모두 옥죄는 감옥이다. 이에 대해 0.3평 이하의 철창에서 투쟁을 하는 유최안 부지회장은 “정부 입장대로라면 유림산업의 블록을 점거하고 있는 것”인데 왜 대우조선 박두선 대표가 난리치냐며 앞뒤가 다름을 짚었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원청과 직접계약을 맺고 있지는 않지만 원청이 노동조건과 임금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기에 원청도 사용자로 보아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권고했듯이 노조법의 개정하여 사용자 규정을 확대해야 한다. 사실 조선업의 다단계하청구조는 조선노동자들의 임금만이 아니라 생명까지 앗아가고 있다. 국회 환노위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조선업 대형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37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78%(29명)다. 대우조선 해양은 2016년 5명의 노동자가 죽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고 2022년에도 하청노동자가 죽어 고용노동부의 압수수색이 있는 죽음의 공장이다.
현재 교섭이 진행 중이지만 공권력 투입의 압박이 없는 상황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든 우리는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로 내려갈 것이라는 점이다. 공권력 앞에 희망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사회적 연대를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넘어 함께 세워야 할 희망에 대해 나눌 것이다. 누군가 죽고 다치고 모욕을 견뎌내야 하는 차별과 죽음의 비정규직 제도를 어떻게 넘어설지 고민할 것이다. 그렇게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만드는 연대로 희망을 지을 것이다. 스스로를 철창에 가두며 싸우고 있는 유최안 부지회장의 외침을 적는다. 외침이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하청노동자의 피눈물로만 유지되는 하청구조가 합법적으로 유지되는 하청 구조가 제가 지금 갇혀있는 철창이랑 뭐가 다릅니까. 계속해서 누군가 죽고 다치는 하청구조에서 나만 살라고 유혹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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