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도계 vs 세번째 여성'..英, 차기 총리 관심 고조
세금·기후변화 등 모든 사안 대립각..치열한 공방 예고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김예슬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뒤를 이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20일(현지시간) 리시 수낵(41)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46) 외무장관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가운데 차기 총리직에 최초 아시아계가 탄생할지, 세번째 여성이 차지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의원내각제 영국은 통상 하원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보수당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전당원 투표를 앞두고 이날 5차 경선을 진행해 최종 2인을 선출했다. 수낵 전 장관은 137표를 얻으며 선두를 유지했다. 그는 지난 5차례 경선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반면 2위는 경선 내내 3위였던 트러스 장관이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장관을 8표 차 꺾는 깜짝 이변을 일으켰다. 트러스 장관은 113표를 획득했다. 모돈트 장관은 줄곧 2위를 유지하며 1위를 바싹 추격하며 돌풍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그의 낮은 대중적 인지도와 서민적 배경이 보수당 대표로 가는 관문에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 관측된다.
◇최종 2인, 세금·기후위기 등 모든 정책서 대립…당심의 향방은
인도계 수낵 전 장관과 여성 트러스 장관은 세금, 생활비 지원, 난민, 기후위기 등 전 분야에 걸쳐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한달여간 펼쳐질 유세 현장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두 후보 정책에 있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세금 정책'이다. 수낵 전 장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세금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트러스 장관은 수낵 전 장관에게 현 경제 위기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총리에 취임하는 첫날 즉시 기업 법인세 포함 약 300억파운드(47조1597억원) 대규모 세금 감면을 통해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생활비 지원에 있어서 수낵 전 장관은 정부 직접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150억파운드(약 23조6000억원) 상당 국민 생활 지원 패키지를 승인했다. 반면 트러스 장관은 감세만이 국민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또 기후위기 대응책에서도 수낵 전 장관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실천하고 재생 가능 부문 성장을 돕기 위해 에너지 요금에 배정된 '녹색 부담금'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러스 장관은 부담금 폐지를 공약했다. 트러스 장관은 자신이 진정한 보수당원이며 그는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인도 브라만 혈통 수낵 당선 시, 英 최초 아시아계 총리 탄생
수낵 전 장관은 존슨 총리가 위기억 직면하면서 유력 차기 총리로 거론돼왔다. 존슨 총리 내각에서 재무장관으로 지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침체된 국내 경기를 회복하고 일자리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공적 자금 지원을 계획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의 공개 연설 능력과 지적인 외모, 능청스러운 소통 스타일은 존슨 총리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그의 조부모는 인도 북부 펀자브 브라만 출신으로 1960년대 영국에 이민을 왔다. 의사인 아버지와 약사인 어머니 밑에서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옥스퍼드·스탠퍼드대를 거쳐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2009년 결혼해 슬하 2녀를 두었으며 그의 장인은 인도 최대 IT업체 부호 나라야나 머티 인포시스 회장이다.
다만 그가 최종 선거에서 승리할지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부 당원들은 그가 이달초 장관직을 그만두면서 존슨 총리 사임을 초래한 일련의 사건들을 고의로 일으켰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일부 의원들은 그의 부유한 배경이 2024년 총선에서 중도좌파 노동당의 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익명의 의원 두명은 당내 '리시 말고 아무나'라는 공동 움직임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러스, 정치적 우상 '마거릿 대처' 이은 세번째 여성 총리될까
트러스 장관은 한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CIT·브렉시트)가 자유 시장 경제에 위배된다고 반대했으나 존슨 내각에 들어서면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또 대표적인 감세 옹호론자로 보수의 정통성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많은 당원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강성 이미지 역시 차기 총선에서 노동당을 상대로 승리하는 데는 상당한 취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존슨 내각 초기 국제통상부 장관을 맡아 브렉시트 이후 무역 협상을 이끌며 외교력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12월19일 브렉시트 협상 대표로 발탁됐다. 또 지난해 8월 외무·영연방개발부 장관에 임명돼 개전 이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맹비난해왔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그의 강경한 입장이 긴장을 위험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리즈대 수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간호사 겸 교사인 어머니와 북부 리즈에서 유년을 보냈다. 부모는 그가 현재 자신의 정치적 우상으로 꼽는 마거릿 대처 총리 반대 시위에 나갈 만큼 좌파 성향으로 알려졌고 그 역시 옥스퍼드대 학생시절 자유민주당에서 활동하며 군주제를 비판한 이력이 있다. AFP는 이런 그가 보수주의로 전향한 데 대해 출세 지향적인 신념에 의해 촉발된 일종의 '저항'이라고 묘사했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2010년 정계 입문 전 에너지·통신 분야에서 10년간 종사했다.
두 후보는 향후 6주간 전국 선거 유세와 TV토론 등을 통해 당심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결선은 그간 보수당 의원 385명 대상으로 실시했던 투표와 달리 20만 전 당원 우편투표로 진행된다. 최종 당선자는 여름 휴회기를 마치고 열리는 오는 9월5일 발표된다.
한편 존슨 총리는 파티 게이트, 측근 성 비위 비호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지난달 열린 불신임 투표에서 기사회생해 위기를 모면하는 듯 보였지만 끝내 지난 7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다만 새 대표 선출하는 올가을까지 총리직을 수행하되 이번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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