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월 전세대란 온다면서요..현장은 월세대란입니다" [부동산360]

2022. 7. 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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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임대차시장
전세價 일부 하락했지만.."여전히 높은 수준"
추가 대출 대신 반전세 늘어.."그마저도 좋은 물건은 품귀"
다음달로 임대차3법 시행 2년을 맞는 가운데 임대차시장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전세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세매물이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세입자들의 부담 또한 한층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사당자이. 유오상 기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전세 만기가 3개월 정도 남았는데, 집주인이 일찌감치 ‘갱신도 썼으니 이번에는 전세든, 월세든 가격을 올려받고 싶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 때문에 지금 사는 단지 안에서 옮기고 싶은데 요즘 떨어졌다는 전세 시세도 갱신청구권을 썼을 때보다 1억원 이상 비싸니 고민이에요.”

서울 동작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 전세를 사는 이모(34·여) 씨는 요즘 업무시간에도 수시로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며 한숨이 깊어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혼 후 전세살이를 시작해 한 차례 갱신청구권을 쓰고 다시 만기가 돌아왔는데 생각했던 예산보다 전세 시세가 많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세 가격이 하락세라고 하지만 같은 단지에 남으려면 여전히 1억 넘는 돈을 추가로 대출받아야 한다. 매월 돈을 그냥 내는 월세는 싫었는데 지금은 남편과 상의해 반전세를 알아보고 있지만 반전세는 전세보다 가격대가 더 높아 매물이 있는데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차3법의 핵심인 계약갱신청구권(2+2년) 첫 만료를 앞두고 현장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급등한 금리 탓에 전세 가격이 일부 떨어졌음에도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세입자가 늘었고, 월세화가 가속화하며 “우려했던 전세대란 대신 월세대란이 벌어졌다”는 반응 또한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씨가 거주 중인 서울 동작구 사당자이는 최근 전용 84㎡ 전세 가격이 갱신청구 여부에 따라 7억원에서 4억3000만원까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당동의 한 공인 대표는 “갱신청구권을 쓴 곳은 4억~5억원 사이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신규 전세의 경우 올해 초 7억원대까지 가격이 올랐다가 최근에는 6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반전세는 일반적으로 전세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됐다. 이 때문에 조금만 싼 반전세 물건은 금방 나가버려 요즘에는 좋은 반전세 물건 찾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다음달로 임대차3법 시행 2년을 맞는 가운데 임대차시장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전세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세 매물이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세입자들의 부담 또한 한층 커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관악푸르지오 아파트. 유오상 기자

사정은 인근 대규모 아파트단지도 비슷하다. 전세 시세가 떨어지자 일부 여유 있는 집주인들이 월세로 매물을 전환했는데 월세 시세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들이 쉽게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관악푸르지오는 지난주 전용 84㎡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60만원의 반전세 형태로 계약됐다. 현재 나온 반전세 매물 시세도 비슷한 가격에 형성됐는데 공인 대표들은 “반전세로 전환된 물건은 지난해부터 시세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기존 전세계약이 만료돼 보증금과 월세를 크게 올려야 하는 같은 단지 세입자들이 특히 ‘비싸다’는 반응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봉천동의 한 공인사무실을 찾은 세입자는 반전세물건의 시세를 확인한 뒤 “요즘 대출금리가 올라 전세보다 반전세가 낫다고 하지만 매월 나가는 돈이 눈에 보이는 반전세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반전세를 하더라도 다른 동네에서 더 싼 물건을 찾아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높아진 금리 탓에 추가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운 이들 가운데서는 심지어 비교적 전세 가격이 저렴한 정비사업 예정 단지로 이주하는 경우도 목격된다. 최근 정비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 대표는 “재건축이 임박한 단지의 경우, 반전세나 전세 가격이 다른 단지보다 낮은데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 집들로 이사하려는 젊은 세입자도 다수 있다. 고금리도 일시적이라는 생각에 추가 대출을 피해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월세화 추세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커 전문가들은 추가 대출보다는 반전세 등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세입자에게는 이득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급등하면 세입자도 전세대출 탓에 고통을 받는다. 월세화가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대출금리가 급등하면 세입자들은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내기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로 내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원 세무사 역시 “세입자의 급여에 따라 다르지만 상담해보면 전세대출 이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는 것보다는 월세 지출액을 세액공제받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늘고 있다”며 “고금리 영향 탓에 세입자들의 절세방법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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