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 덮친 부동산PF, 국내에서도 금융위기 '불의 고리' 되나

2022. 7. 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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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보증 자기자본과 비슷
저축銀 '2011년 악몽'에도
가계대출 규제하자 재진입
실물부실 금융전이 도화선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헝다그룹에서 촉발된 중국 부동산 개발 부실이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대규모 대출상환 거부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스템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부동산 개발 부실이 현실화된다면 돈을 빌려준 금융권이 그 짐을 떠안으며 함께 쓰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직후 수 차례 문제를 제기한 것이 결코 괜한 걱정이 아닌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파른 금리 인상에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 증권사의 건전성과 유동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자금 중개기구나 상품을 말한다. 자산유동화증권, 신용부도스와프(CDS)가 대표적이다. 자금중개 과정에서 다양한 금융기관이 얽혀있어 일반 금융상품 대비 원금 손실 위험이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담보로 한 그림자금융 부실에서 시작됐다.

2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 상위 10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작년 말 기준 32조8364억원으로 2016년 말의 18조3461억원보다 79%, 14조4903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이들 10개사의 자기자본은 33조3401억원에서 58조736억원으로 76% 늘어났다.

채무보증 중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상당히 크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사업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에 유동성이나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PF 사업장을 상대로 채무보증을 해왔다. 부동산금융 사업은 최근 5년간 부동산시장 상승기를 맞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수익구조 다변화에 효과를 거뒀다.

회사별로 메리츠증권이 4조9358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 4조2607억원, 삼성증권 4조2444억원, 신한금융투자 4조2144억원 등의 순이다. 하나증권(3조9658억원)과 KB증권(3조6807억원)이 각각 3조원대 수준이고 NH투자증권(2조3875억원)과 미래에셋증권(2조1629억원)은 각각 2조원을 웃돈다. 키움증권(1조7806억원)과 대신증권(1조2036억원)은 각각 1조원을 넘는다.

다만 10대 증권사의 작년 말 채무보증 규모는 2019년 말 38조원과 비교하면 15% 감소한 수준이다. 2019년 말 금융위원회가 증권사에 대한 부동산금융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이 기간 메리츠증권(-42%), NH투자증권(-34%), 미래에셋증권(-25%), 신한금융투자(-18%), 키움증권(-18%), 하나증권(-10%), KB증권(-9%) 등 증권사들이 채무보증 규모를 줄였다. 메리츠증권은 2019년 말 8조5328억원까지 늘린 이후 작년 말 4조원대로 절반 가까이 덜어냈다.

그런데 증권사들이 관련 사업을 줄이는 사이 저축은행들이 숟가락을 얹었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PF 대출 규모는 2019년 말 6조3000억원이었던 PF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9조5000억원을 찍더니 올해 3월 말에는 10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주요 자금 운용처였던 가계대출이 당국의 규제 강화로 위축되자 ‘돈 벌이’가 되는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PF 사업장의 사업 지연·중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의 PF대출 사업장 1174곳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점검했다.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은 24곳에 불과했지만 공정률과 분양률 등이 저조한 ‘요주의 사업장’에 대한 대출 규모가 2조2000억원에 달했다. 저축은행들은 이 가운데 57.8%인 1조3000억원을 ‘정상’으로 건전성 분류를 했다.

저축은행별 부동산 PF 대출 규모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이 942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8899억원), 웰컴저축은행(5725억원), SBI저축은행(1137억원), 페퍼저축은행(1105억원) 순이었다.

최악의 경우 PF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각 저축은행이 자의적·낙관적으로 사업성 평가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사업성 평가 기준을 더욱 구체화·객관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2011년 부동산 PF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잇달아 파산한 ‘아픈 기억’이 있다. 금융당국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산 PF 대출을 신용 공여 한도의 20% 이내로 제한했다.

금감원은 또 금융투자회사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세부 현황 자료를 체계적으로 입수하기 위해 업무보고서를 신설했다. 증권사들은 업무보고서에 부동산 채무보증 계약, 대출 채권·사모사채·지분 증권 투자, 부동산 펀드·유동화 증권 투자 등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투자 현황을 담아 제출해야 한다.

한편 금감원은 저축은행 외에도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사업성 평가에 대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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