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능 D램 'HBM3' 세계 첫 양산.. 차세대 메모리 시장 선점

이희권 기자 2022. 7. 21. 09: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열린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World) 2022에 합동 부스를 설치한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SK하이닉스는 이날 솔리다임과 함께 마련한 공동 부스에서 HBM3, GDDR6, 기업용 SSD 등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친환경 기술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 제공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World) 2022에서 SK하이닉스가 선보인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친환경 기술.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HBM3 D램. SK하이닉스 제공

■ 복합위기, 新 기술혁신으로 넘는다 - (3) SK

초당 819GB 데이터 처리 가능

영화 163편 1초에 저장하는 격

AI머신러닝·신약개발 사용되는

슈퍼 컴퓨터 등 다방면에 탑재

“기술한계 극복 제품 개발 지속

세계시장서 리더십 공고히할것”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D램을 주로 생산하는 전진기지로 탈바꿈한 M14 라인이 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인다. 바로 이곳에서 현존 최고 성능 D램으로 꼽히는 ‘HBM3’가 세계 최초로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기술진은 단품 D램 칩을 A4 용지 한 장 두께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30마이크로미터(μm) 높이로 미세하게 갈아낸 후 8개의 칩을 수직으로 연결해 초소형 패키지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촘촘하게 위·아래 칩들을 연결하는 신기술까지 동원됐다. 이렇게 탄생한 HBM3는 초당 819GB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풀HD급 영화 163편을 단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DRAM상품기획 담당)은 “HBM3를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해낸 것은 분명 대단한 성과”라면서도 “마지막까지 주요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지 않으면 HBM3를 제대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완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HBM의 구조와 성능의 기술적 한계에 대해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기술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HBM 제품과 솔루션을 개발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현존 최고 사양 D램 ‘HBM3’ 개발 7개월 만에 세계 최초 양산 돌입

HBM(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성능을 기존 D램 대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 차세대 D램 HBM은 이 같은 데이터 처리 과제를 풀어낼 최적의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현장에 적용되는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사실상 AI 시대를 지탱하는 핵심 반도체로 떠오른 셈이다.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최근 SK하이닉스의 HBM3 샘플에 대한 성능 평가를 마쳤으며 오는 3분기 출시 예정인 자사 신제품 ‘H100’에 HBM3를 결합해 가속컴퓨팅 등 AI 기반 첨단기술 분야에 공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이전 세대인 HBM2E부터 지켜온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HBM3는 고성능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며 AI의 완성도를 높이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기후변화 해석·신약개발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 등 다방면에 탑재될 전망이다.

HBM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무서운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1세대 HBM에서 1Gbps였던 핀(Pin)당 데이터 전송률은 4세대인 HBM3에서 6.4Gbps로 향상됐다. 용량 역시 계속해서 늘고 있다. HBM2E에서는 16GB가 최대 용량이었지만 HBM3에서는 16GB 제품과 함께 업계 최대인 24GB 용량의 제품이 함께 출시될 예정이다. D램 셀(Cell)에 전달된 데이터 오류를 스스로 보정할 수 있는 오류정정코드(On-Die ECC, Error Correction Code)가 내장돼 제품의 신뢰성도 높였다.

이처럼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TSV(Through Silicon Via·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이 있다. TSV 기술은 D램 칩(Chip)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이를 관통하는 전극으로 여러 개의 칩을 연결해 데이터를 전달한다. 여러 개의 칩을 외부 와이어로 연결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존 방식 대비 신호 전달 속도가 빠르고 집적도를 확보하기도 훨씬 쉽다.

◇세계 최초 HBM3 양산 돌입으로 경쟁우위 확보…“다음 목표는 1등 경쟁력 유지”

무엇보다 HBM3가 HBM2E와 가장 차별되는 지점은 제품의 스펙 자체가 틀을 깨고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 측은 “기존 HBM2의 스펙으로는 더 이상 처리 속도나 용량 등 성능을 향상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는데 이번에 아예 새로운 스펙을 도출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성능을 개선하려면 어쩔 수 없이 제품 크기가 더 커지거나 전력 소모가 늘어야 해 HBM3 개발 단계에서부터 기존과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스펙을 정하고 이를 구현했다”며 “이를 통해 HBM2에서 HBM2E가 파생됐던 것처럼 앞으로 같은 스펙 안에서 추가적으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확보했다”고 말했다.

HBM은 고객사의 제품에 시스템 인 패키지(System in Package) 형태로 탑재되는 제품으로 고객 인증 단계에서 동작이나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과정을 거쳐 먼저 규격화를 완료하면 초기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후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HBM2E 제품이 시장 진입 초기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시장의 특수성 덕분이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2E에 이어 HBM3에서도 가장 먼저 개발과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다시 한 번 경쟁 우위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 이러한 선점 효과를 상당 기간 지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