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배우 현우석에게 비치는 문장이다.
“연기를 따로 배우진 않았어요. 혼자 캐릭터에게 들어가려고 노력하다보면 그에게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나오는 제스처들이 생기더라고요. 정해져 있는 답보단 정해져 있지 않은 답들에 변수가 많아서 재밌게 느껴지고요. 연기의 정답을 생각하고 현장에 가서 표현이 안 되면 자존감이 낮아지는데, 힘을 풀고 생각하면 예상치 못한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물론 연기는 하면 할 수록 어렵지만요.”
현우석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첫 주연을 꿰찬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감독 이승환) 촬영기, 모델에서 배우로 전환한 이유,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목적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 “정웅인만의 여유와 배려,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생활보호종료아동 ‘도윤’ 역을 맡아 15년만에 나타나 친아빠라고 주장하는 ‘승원’(정웅인), 그의 아들 ‘재민’(박상훈)과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첫 주연작이라 부담도 컸다는 그다.
“엄청 떨려요. 시사회 때에도 두근두근거리면서 봤고요. 큰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보는데 신기하더라고요. 그동안 몇 작품을 해왔지만 ‘아이를 위한 아이’는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동안은 ‘내가 배우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해왔는데요, 이제야 주변에 ‘배우 현우석입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상훈과 티격태격하는 ‘형제 케미’는 평소 친분에서 나온 진짜 감정이었다.
“함께 리딩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항상 현장에선 막내였는데, 저보다 4살 어린 상훈일 만나니 더 챙겨주고 싶고 애정이 많이 가더라고요. 마음을 처음부터 활짝 열어놓고 친해지려고 했죠. 상훈이도 나이답지 않게 정말 어른스럽고 똑똑한 친구라서 나이 차이를 느끼진 못했어요. 오히려 배울 점이 많던걸요. 스케줄이 많아 몸이 피곤했을 법한데 늘 웃으면서 진중하게 연기하는 걸 보면서 ‘멋있는 친구다’라고 생각했어요.”
정웅인은 그에게 어떤 선배가 되어야할 지를 몸소 보여줬다고.
“아무래도 첫 주연작이라 제 연기에 힘이 들어갈 때가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표현하면 어때?’라며 직접 연기를 보여주면서 디렉팅도 해줬어요. 제겐 제2의 감독이었어요. 또 대선배라 제가 많이 긴장했는데, 여유와 배려로 절 편안하게 대해주더라고요. 감동했어요. 나도 나중에 ‘선배’라는 타이틀을 달면 꼭 정웅인 선배처럼 후배들을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될래요”
2018년 런웨이에 오르면서 모델로 처음 출발했다. 이후 배우로 전업한 그는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보건교사 안은영’ ‘라이브온’ 등에 출연하며 짧은 기간 가열차게 달려왔다. 특히 ‘보건교사 안은영’에선 ‘오승권’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안겼다.
“눈빛이 좋다는 말을 좀 들었어요. 제가 눈을 세게 뜨거나 약하게 뜰 때 이미지가 각각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이젠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있고요.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눈을 사용할지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2001년생, 이제 막 20대에 접어들어 배우로서 꿈과 야망도 클 법한데 ‘하루하루 충실히 하고 싶다’는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계획이나 목표를 정해놓고 그게 이뤄지지 않았을 때 몰려드는 무기력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저 10년이건 20년이건 꾸준히 연기하면, 어느 위치에서 무탈하게 지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죠. 물론 배우로서 훌륭한 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별탈없이 꾸준히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만 있어요. 최고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한발한발 충실히 하면 될 거란 걸 믿거든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도 신중하게 눈을 굴렸다.
“연기는 할 수록 어려운데요, 그래도 항상 새롭고 재밌어요. 즐기려고요. 그렇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계기도 그거였거든요. 극장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배우의 연기에 울고 웃는 게 좋았어요. 사람들을 공감하게 할 만큼 푹 빠져서 연기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고요. 그래서 이 작품으로도 ‘공감이 됐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상황에 탑승이 되어서 공감이 됐다는 말만 들어도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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