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제수사 권고' '귀순' 빼고 '월선'으로.. 국정원이 보고서 수정

문재연 2022. 7.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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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국정원장 등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당시 정부 문서에 적시된 구체적인 허위 내용을 고발장에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11월 통일부에 전달한 정부합동조사 보고서에서 '강제수사 권고'와 '귀순' 등 북송 조치에 걸림돌이 될 만한 내용을 삭제했다는 게 국정원이 파악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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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합동조사 보고서 요청에 
초안 속 북송 걸림돌 될 표현 수정
조사 끝내려 '대공 혐의 없음' 추가
검찰. 서훈 직접 지시 가능성 수사
통일부가 공개한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 당시 영상자료. 통일부 제공

국가정보원이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국정원장 등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당시 정부 문서에 적시된 구체적인 허위 내용을 고발장에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11월 통일부에 전달한 정부합동조사 보고서에서 '강제수사 권고'와 '귀순' 등 북송 조치에 걸림돌이 될 만한 내용을 삭제했다는 게 국정원이 파악한 내용이다.


'대공 혐의점 없음'은 추가, '귀순'은 삭제...수정된 통일부 보고서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훈 전 원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문서는 국정원이 2019년 11월 4일 통일부에 전달한 합동조사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는 전날 정부합동조사를 시작해 다음 날 군 합동신문소에서 탈북어민으로부터 살인에 대한 자백을 받은 뒤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내부 조사를 통해 최초 작성했던 11월 3일자 보고서와 11월 4일 통일부에 전달된 보고서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파악했다. 3일에는 어민들의 자백을 토대로 '살해 혐의에 대한 강제수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겨 있었지만, 다음 날 통일부가 받은 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 대신 '대공 혐의점이 보이지 않는다' 등 북송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추가되는 등 보고서 내용이 수정됐다는 게 국정원이 내린 결론이다.


'귀순' 표현에 질책받고 '월선'으로 수정하기도

국정원은 보고서 수정 지시자로 김준환 당시 국정원 3차장과 대공 업무 관련 국장인 A씨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과 A국장은 서 전 원장과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국정원은 내부 조사를 통해 김 전 차장 지시에 따라 A국장이 '강제수사 필요 의견'과 보호신청서 양식에 표기된 '귀순'이란 용어를 삭제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보고서 수정 과정에서 '귀순'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A국장이 직원들을 질책했고, 그 결과 '월선(경계선을 넘다는 뜻)'으로 표현이 수정됐다고 한다.

통일부는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송환 조치가 이뤄진 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흉악범죄 북한주민 추방 관련 보고'에서 "선원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악범이며,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통일부로 전달된 보고서 수정 과정에 서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허위사실이 반영된 보고서 작성 과정에 서 전 원장이 관여했다면 직권남용죄는 물론 허위문서 행사죄까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검찰에 넘긴 고발장에도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적시돼 있지만, 문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도 최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것은 아니며, 안보실장 책임하에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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