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美 국무부 "중국 인신매매, 북한과 같은 최하 등급"

조성원 2022. 7. 2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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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가 발간한 ‘2022 인신매매 보고서’ 표지 (출처: 미 국무부 홈페이지)


미 국무부가 평가하는 각국의 인신매매 방지 등급에서 한국이 20년만에 순위가 떨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가 188개국을 평가해 발행한 '2022 인신매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최고 등급인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한국은 2002년 1등급을 받은 이래 처음으로 2등급이 됐습니다.

■ 미 국무부 '2022 인신매매 보고서'…한국, 20년 만에 순위 하락

미 국무부는 2000년부터 해당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평가 기간은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입니다.

해당 보고서의 1등급 국가는 인신매매 피해 보호 제도와 실행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로, 미국과 독일, 영국, 칠레, 필리핀, 타이완 등 30개국이 포함됩니다.

한국이 이번에 새로 포함된 2등급은 인신매매 피해 보호 제도와 실행을 부분적으로 충족하고 정부가 지속적인 노력을 보이는 국가입니다. 일본,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인도 등 99개 나라가 들어있습니다.

다음 단계인 2등급 감시리스트는 피해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례적 조치를 하지 않는 국가들입니다.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 34개국입니다.

3등급은 인신매매 피해 보호 제도와 실행이 기준에 못미치는 국가로 북한과 중국, 이란, 러시아 등 22개국입니다. 사실상 최하 등급입니다. 이보다 아래는 특별 사례로 정부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국가들입니다. 리비아와 소말리아, 예멘 3개국입니다.

■ 중국, 사실상 최하 등급인 3등급…북한과 같아

베이징특파원으로서 중국이 6년 연속 북한과 같은 3등급을 받은 사실에 시선이 갔습니다. 중국은 2016년까지 2등급 감시리스트였다가 2017년부터 3등급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중국은 2017년 이후 사실상 최하위인 3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출처: 미 국무부 홈페이지)


해당 보고서 원문의 중국 섹션을 찾아봤습니다. 중국에 대한 기본 평가와 정책 제언에 이어 해당 범죄에 대한 중국의 기소, 보호 조치, 예방 조치 등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크게 3가지가 주목됩니다.

우선 중국내 소수 민족 정책 관련 대목입니다. 광범위한 강제 노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위구르족과 카자흐족, 키르기스족, 그리고 투르크계와 무슬림 소수 민족에 대해 직업 교육 등을 명목으로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자의적 구금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빈곤 완화, 노동 파견 프로그램등을 명분으로 티베트인들을 직업 훈련과 제조업 일자리에 계속 배치했는데, 이 가운데 노동 파견 프로그램은 과도한 강압적 요소가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 '인신매매 보고서',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일대일로 노동자 문제 제기

보고서의 두번째 중요한 관점은 이른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내륙과 해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구축한다는 구상으로, 주변국의 무역과 건설 등을 지원해 공동 발전을 도모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해외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중국인들이 해당 국가 현장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그리고 중국 당국은 이와 관련한 채용 경로와 계약, 노동 조건 등을 충분하게 감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중국 당국이 인신매매 피해자를 확인하거나 보호하려는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일대일로 관련 내용을 특별히 따로 기술할 정도로 무게감있게 다뤘습니다.

‘2022 인신매매 보고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강제 노동 문제를 특별 주제로 다뤘다. (출처: 미 국무부 홈페이지)


세 번째로 관심을 끈 대목은 보고서의 정책 제언 가운데 포함돼 있습니다. 바로 북한 관련 내용입니다. 중국 당국이 어려움과 응징을 겪게될 외국인 피해자들에게 법률적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특별히 북한을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섹션에서 중국 당국이 강제 송환한 잠재적 인신매매 피해자를 포함한 북한 주민들이 구금 시설과 심문 시설로 보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송환자들은 강제 노동과 고문, 강제 낙태, 교도관들에 의한 성적 학대에 시달렸고 처형 사례도 있다고 했습니다.

■ 북한 송환 대상자에 대한 중국의 법률적 대안 제공도 강조

보고서는 중국 정부에게 신장과 다른 지방의 수용소와 제조 현장의 자의적 구금과 강제 노동을 중단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제언했습니다. 또 일대일로 프로젝트 현장의 채용과 근무 조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영사 서비스를 훈련하라고도 권했습니다.

물론 중국 당국이 이같은 미국 국무부의 보고서를 인정하거나 제언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중국은 신장 등지에서 가혹 행위가 있다는 서방 정부와 언론들의 지적을 '가짜 뉴스', '근거 없는 주장' 등으로 일축해왔기 때문입니다.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20일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에 대해 미국이 허위 보고서로 세상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허위 보고서를 꾸며내 세상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가리려해도 미국이야말로 노예 무역국의 역사적 원죄를 씻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은 인신매매 예방과 단속 등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중국 당국 "신장 관련 미국의 주장은 거짓과 허위 정보에 근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사태까지 빚을 정도로 서방과 중국 사이의 인권 문제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왕원빈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신장 문제를 빌미로 정치적 농간을 부리고 중국의 이미지를 먹칠하며 중국을 억압하려는 개별 국가의 시도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이번 미 국무부 보고서도 정치 공세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에서도 올해 인신매매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장쑤성의 한 판자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인 40대 여성의 영상이 공개되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신매매 실태가 공분을 샀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공안부가 올해 연말까지를 부녀자·아동 인신매매 특별 단속 기간으로 설정하기도 했습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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