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노사 '손해배상' 이견 팽팽

김현수 기자 2022. 7.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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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홍지욱 부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교섭 직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협상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이 21일로 50일째를 맞고 있다. 조선하청지회는 “사측이 요구한 4.5% 임금인상안까지 수용했지만 갑자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을 바꿔 교섭이 불발됐다”면서 처음으로 교섭내용까지 공개했다. 반면 사측은 수천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어서 파업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배상 청구’ 여부가 교섭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노사는 전날인 2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20분까지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문제다. 특히 손해배상 청구 여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노조는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들이 20일 교섭 직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노사 협상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측은 조선하청지회 파업으로 인해 6월 말까지 총 2894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파업이 7월 말, 8월 말까지 이어지면 손실액은 각각 8165억원, 1조3590억원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교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측은 며칠 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견을 냈다”며 “하지만 오늘 가져온 안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 이를 뒤집었다”고 밝혔다.

홍 부위원장은 “어차피 원청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기 때문에 하청사가 물을 필요가 없겠다고 해서 우리는 믿었고, 그동안 협상에서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게 보편적인 것”이었다며 협상 과정도 공개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당초 임금 인상안 30%에서 20%로 낮추고 그래도 진전이 없어 또 양보했다.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에 사측이 요구한 4.5% 안까지 수용했지만 사측은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홍 부위원장은 교섭이 난항에 빠지게 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대 결정’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사측 태도와 평화 해결 의지를 확인하고 의지가 있다면 시간을 더 가지겠지만 언제까지 마냥 이런 식으로 끌려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측이 21일 새벽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노사 협상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반면 사측은 지난달 2일부터 교섭을 이어오면서 지켜온 비공개 비밀원칙을 노조가 어긴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노조가 합의했다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항과 관련해 전혀 합의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사측은 특히 피해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소 취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청의 경우 소송을 취하하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쳐 배임죄 처벌 가능성이 있어 노조의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협력업체 대표와 최대한 협의를 구해보겠다고 구두상으로 한 것이지 문서로 작성하는 등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어 “아직 합의되지 않았고 문서화되지 않는 부분을 회사 측이 어겼다고 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며 “21일 협상을 재개하면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회 투표가 22일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노조의 교섭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신 오는 23일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올 시민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사측도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특히 23일부터는 본격적인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노사 모두 협상이 막판까지 치닫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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