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걸" vs "사지 말걸"..대출이자 압박에 아무도 못 웃었다

방윤영 기자, 유엄식 기자 2022. 7. 21.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주택시장 新치킨게임(下)

[편집자주]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을 바꾸고 있다. 매물은 급증했지만 거래량은 더 줄었다. 매주 발표되는 집값 통계도 완연한 하락세다. 하지만 시장에선 가격을 내린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직전 최고가보다 하락한 거래에도 집주인들은 쉽사리 호가를 내리지 않는다. 매수자는 시세보다 수 억원 낮은 초급매만 찾는다. 금리인상기 주택시장 치킨게임은 어떻게 결론날까.

50년 초장기론 무슨 소용?…"'9억 급매' 나와도 대출 못받아요"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생애 첫 집을 매수하려는 30대 이모씨는 시중 금리보다 낮은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을 받으려고 매물을 알아보고 있었다. 적격대출은 소득제한이 없는 대신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씨가 눈여겨 보고 있는 아파트는 서울 중구 신당동의 약수하이츠로 가장 평형이 작은 전용 57㎡ 매물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서지만 9억원대 급매도 나온 상태다. 이씨는 9억원까지 가격이 더 내려가면 매수에 나선다는 계획을 짰지만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적격대출 지원대상이 되는 주택가격은 매매가가 9억원 이하면서, KB부동산 시세 역시 9억원 이하여야 대출이 가능해서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 57㎡ KB시세는 9억8000만원으로 9억원에 급매가 나오더라도 적격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이씨는 "9억원까지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KB시세는 그대로여서 적격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며 "아무리 급매가 나오더라도 서울에서 KB시세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 집값 떨어져도 '초장기론' 적격대출 받기 힘든 이유는…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다음달 1일부터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출시한다고 밝혔으나 이씨의 사례처럼 서울 내에서는 정책금융상품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의 금리를 현행 40년 만기 금리 수준으로 책정해 금리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조건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적격대출은 소득조건이나 주택 면적에 제한 없이,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일 경우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적격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서는 단순히 주택 매매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담보(주택) 평가를 할 때 KB부동산 일반평균가(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주택가격과 KB시세 모두 9억원 이하여야 대출이 나오는 구조다. 이 때문에 9억원에 급매가 나오더라도 KB시세가 9억원을 넘어섰다면 대출은 불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은행에서는 주택 매매가에 더해 KB시세를 기준으로 지원대상 주택가격을 본다"며 "간혹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감정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보금자리론 대출은 받기가 더욱 까다롭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미혼이면 본인만, 기혼이면 부부합산)에 주택면적 전용 85㎡ 이하,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일 경우 최대 3억6000만원(미성년 자녀 3명일 경우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적격대출에 비해 갖춰야 할 조건이 더 많지만, 대출 한도는 적다. 보금자리론 역시 KB시세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이처럼 금리 인상기에 시중금리보다 낮은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려 해도 서울 내에서는 9억원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50년 동안 '5% 금리' 안고 가야…"오픈런 없을 것"

50년 초장기론 금리도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어서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금리는 다음달 공개될 예정이나 5%에 육박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대출 수요자들이 크게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 주금공은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50년 만기 상품 금리를 40년 만기 수준으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보금자리론 40년 만기 금리는 4.75%(아낌e보금자리론), 적격대출은 4.85% 수준이다. 다음달 금리가 조정되면 40년 만기 금리 수준으로 결정되더라도 50년 만기 금리는 5%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보금자리론·적격대출 금리가 2~3% 수준으로 저금리를 30년간 유지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며 "당장은 금리가 올라간다고는 하지만 대출 기간 50년 동안 5%의 높은 금리를 안고 가야 하는데다,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갈 가능성도 있어 과거 처럼 상품이 내놓자마자 모두 팔리는 '오픈런' 현상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집 있어도 없어도 힘들다"…빅스텝發 '거래절벽' 언제까지?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여파로 주택매매 시장이 당분간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금리인상은 주택 매도자 뿐만 아니라 매수자에도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급등하면 유주택자는 원리금상환 부담이 커지고, 무주택자도 여윳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하기 때문에 모두 고통을 받는다"며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돼야 거래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리로 모험적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줄었고, 매수자는 '헐값 사냥꾼' 마인드로 가격 메리트가 생길 때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절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가을 이사철 특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다만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 시점의 시세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금리인상 여파로 가격이 30~40% 내릴 것이란 전망은 비합리적"이라며 시장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높은 가격대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이른바 '영끌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대두된 2010~2012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6%였는데 그 때는 이자만 상환하는 구조로 버티기가 조금 가능했지만 지금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돼 금리가 단기간 급등하면 상환 위험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대출금리가 평균 5%대에 진입하면 새로 집 사려는 수요는 극도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며 "올해 하반기 금리인상 추이를 지켜보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세 흐름은 당분간 하락 압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상으로 5~8%대 대출금리를 지불하는 차주 비중이 전체 50%를 넘기게 되면 국내 경기나 부동산 시장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깊은 거래 관망 속에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출 의존도가 낮은 강남권 등 고가주택 지역은 차별화된 양상을 보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시세 15억 이상 아파트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금리와는 상관없는 지역"이라며 "그 이하 가격대 시장은 실수요자들이 금리인상으로 원리금상환액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이 지속되면 실수요층이 집중된 시세 15억원 이하 시장은 일부 저가 급매로 형성된 시세가 가격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 상황이 과거 금융위기 국면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은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공급, 전국 미분양 17만가구 등으로 집 구매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가격이 급락하려면 우선 청약시장에 계속 미달이 속출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둔촌주공 등 핵심입지에 위치한 대단지는 분양 경쟁률이 낮을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국면이 이어지면 유주택자의 갈아타기, 투자 목적의 추가 매수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자금여력을 갖춘 무주택자의 경우 올해 연말부터 내집마련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위원은 "실수요자는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저가 절세 매물을 중심으로 내집마련 계획을 세우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대출은 최대한 슬림화한 자금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인하대 가해자 부모, 친구에 선처 탄원서 요청…몇명 썼다""생활고 고백에 1000만원 입금" 이지혜가 뽑은 연예계 최고 '의리'"'♥던' 꼴도 보기 싫다"…현아 "결혼 안하고 싶어"이상민, 이혜영과 '22억 사기공방' 잊었나…웃음버튼 된 이혼여친이 前남친 가족과 여행을 가?…한혜진 "관계 끝, 헤어져"
방윤영 기자 byy@mt.co.kr,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