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드라기 내각 사실상 붕괴..내각 '좌-우' 통합 실패

마리오 드라기/사진=로이터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끌어온 이탈리아 연정이 붕괴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상원 표결에서 드라기 내각에 대한 신임안은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통과됐다. 총 의석의 과반이 넘는 192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133명이 표를 던졌다.

그러나 드라기 내각을 구성한 주요 연정 정당들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이번 정국 위기의 씨앗이 된 오성운동(M5S)은 물론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당 동맹(Lega)까지 표결을 보이콧했다.

이번 표결은 드라기 총리가 이날 오전 연설에서 강조한 좌-우 정당의 거국적인 지지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냐를 점치는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우파연합 소속인 전진이탈리아와 동맹은 표결을 앞두고 오성운동과는 내각을 함께 운영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드라기 총리는 자신이 강조해온 내각의 통합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사임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수용하면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총선이 예정된 내년 상반기까지 임시 내각을 운영할지, 아니면 의회를 해산하고 가을 조기 총선을 실시할지 결정하게 된다.

현지에선 드라기 총리를 대체할 인물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조기 총선 실시에 무게가 실린다. 총선이 실시된다면 9월 말이나 10월 초가 유력하다.

앞서 드라기 총리는 원내 최대 정당이자 연정의 중심축인 오성운동이 지난 14일 내각 신임안과 연계된 상원의 민생지원법안 표결에 불참하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민생 안정 정책을 놓고 오성운동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와 계속 갈등을 빚어온 탓이다.

하지만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반려하고 의회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보라고 요청하면서 20∼21일 상·하원의 신임안 표결 일정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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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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