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더 사둬야"-"미국 월세 60만원 늘어"..엇갈린 환율 풍경

박수지 2022. 7.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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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생 이아무개(19)씨는 일본 아마존에서 만년필을 직구(직접구매)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장중 13년 만에 최고치인 1320원까지 치솟은 뒤 1300원대에서 움직이지만, 일본의 저금리 정책 고수로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20% 넘게 떨어지며 원-엔 환율도 950원대를 맴돌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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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장기화에 일본 직구 늘어
'수퍼 달러'에 미국 거주자들 부담 증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88포인트(0.67%) 오른 2,386.85에, 코스닥지수는 8.39포인트(1.07%) 오른 790.72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0.5원 내린 1,312.9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최근 대학생 이아무개(19)씨는 일본 아마존에서 만년필을 직구(직접구매)했다. 유통가격까지 포함해 한국에 정식수입된 가격은 20만원에 가까웠지만, 엔화 가치 하락으로 직구로는 약 15만원에 만년필을 살 수 있었다. 이씨는 “환율을 보고 일본에서 처음으로 직구를 해봤다. 배송도 5일밖에 안 걸려 당분간 직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불안한 환율 흐름이 국내 소비와 투자 행태, 해외 유학 생활 등에도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장중 13년 만에 최고치인 1320원까지 치솟은 뒤 1300원대에서 움직이지만, 일본의 저금리 정책 고수로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20% 넘게 떨어지며 원-엔 환율도 950원대를 맴돌면서다.

장기화하는 엔저 현상에 이씨처럼 일본 직구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20일 비씨(BC)카드가 올해 상반기 해외 직구 결제를 분석한 자료를 보니 전체 직구 결제 금액은 1년 전보다 9.6%, 결제 건수도 1.4% 줄었다. 그러나 환율 영향으로 일본 직구 시장만 21.3% 급증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직구 시장인 미국의 직구 결제 건수는 1년 새 18.3% 급감했다.

엔화가 저렴할 때 사두자는 ‘환테크’(환율+재테크) 움직임도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녔던 직장인 박아무개(29)씨는 지난 17일 엔화가 950원대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우선 3만엔을 환전해 예금 중이다. 박씨는 “평소대로라면 3만엔이면 환전수수료까지 고려해 30만원이 넘게 들어야 하는데 28만원 초반에 불과했다”며 “코로나가 풀려 일본 여행 갈 때 대비해 엔화 추이를 보면서 조금씩 사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말 기준 한국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서도 국내 거주자의 엔화 예금 잔액은 54억8000만달러(약 7조1733억원)로, 지난해 말(52억5000만달러)보다 4.3% 늘면서, 주요 외화예금 중 유일하게 잔액이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 변화에 오랜만에 항공 수요 회복세로 활기를 띠던 면세점은 고민이 깊어졌다. 소비자들은 면세점에서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면세 혜택이 눈에 띄지 않고 도리어 백화점과 가격이 엇비슷해졌다고 하고 있다. 면세 업계는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구매할 때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으면 손해 본 만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돌려주는 방식 등의 서비스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슈퍼 달러’로 미국 유학생이나 원화를 환전해 생활비를 써야 하는 미국 거주자 등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 서부에서 가족과 1년간 지내다가 일주일 전 한국에 들어온 직장인 심아무개(33)씨는 “월세가 3000달러였는데, 1년 새 달러 환율이 200원 가까이 오르면서 마지막엔 1년 전 보다 약 60만원은 더 낸 셈이라 부담이 컸다”며 “환율이 치솟자 집세 1년 치를 한번에 낸 사람들이 주변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약 25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미국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도 ‘환전을 언제 하면 좋을지’ 등을 두고 달러 환율 전망 등에 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한 유학원 원장은 “고환율 때문에 미국에 입국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망설여 하고, 미국에서 체류 중인 분들은 더이상 연장을 못하고 일찍 들어오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최근 1년간 원-달러, 원-엔화 환율 추이. 자료: 한국은행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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