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초등학생 두 아들을 살해한 엄마에게 말했다

이희진 2022. 7.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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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2시13분, 연하늘색 수의를 입은 김모(41)씨가 서울남부지법 313호 법정에 들어섰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법정에 들어선 김씨는 재판부를 보고 꾸벅 인사를 하곤 내내 바닥만 보며 걷다 피고인석에 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씨는 지난 4월5일 서울 금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8살, 7살인 초등학생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남편과 별거한 뒤 두 아들을 홀로 양육했다고 한다. 남편이 보내주는 월급으로 생활했는데, 어느날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주거지에 대한 압류통지서까지 날아왔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씨는 극단적인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아들들을 살해한 뒤 본인도 뒤를 따르려 했으나, 실패하자 경찰에 자수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의 행동이 잘못된 이유를 하나하나 짚었다. 남부지법 형사14부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선고문을 읽는다기보단 김씨에게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김 부장판사는 김씨가 아들을 살해한 이유로 남편과 시댁에 대한 ‘복수심’을 꼽았다. 재판부는 “공소장을 보면 피고인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의 수입에 의존해서 키우면서 여러 가지 힘든 점은 많았을 것”이라면서 “(두 아들을 살인하는 걸) 남편이나 시댁에 대한 복수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자신이 낳아서 그동안 열심히 키운 자식들을 피고인 손으로 살해하고, 피고인마저 자살을 시도하려 한 걸 보면 피고인의 불안감과 절망감이 상당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짐작이 된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후회하고 있고, 형을 사는 것과 관계없이 피고인이 (추후) 자유의 몸이 된다고 해도 ‘자식을 내 손으로 죽이고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부모라고 해서 자녀에 대한 생사여탈권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독립된 인격체”라며 “부모조차도 아이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롯이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동반자살 사건이 아니라 자녀 살해 후 자살미수 사건일 뿐이다”라며 “책임을 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씨의 생활고가 극단적 범행을 저지를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힘들고 불안에 시달렸던 건 알겠지만 그게 과연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할만큼 심했느냐에 대해선 재판부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남편도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수입을 생활비로 보내줬고, 아이들과도 가끔 만나 부자지간의 정을 나눴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스스로 직업을 구해본다거나, 본인의 불안증 등을 정신과나 상담소에 가서 상담을 받아본다거나 하는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물론 주위 가족이나 남편, 사회에서 그런 부분을 좀 더 신경을 써줬다면 좋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자기 책임의 문제”라고 꾸짖었다.

이야기를 마친 김 부장판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주문을 읽었다.

“태어난 순간 그 자체로 귀중한 생명인데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영문도 모르고, 더더욱이나 믿고 따랐던 엄마에 의해서 소중한 생명을 빼앗겼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피고인을 징역 20년에 처합니다.”

김씨는 주문이 선고되기 직전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주문을 듣고선 법정에 들어설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법정에 들어온 후 법정을 나갈 때까지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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