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물꼬..'삼성은행' 탄생 가능성은?

정옥주 2022. 7.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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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7.1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등 기존의 낡은 금융규제에 대한 완화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를 담은 '디지털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한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금산분리·전업주의 규제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고, 전업주의는 금융사가 고유 서비스만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들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을 포함한 경제 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업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며, 특히 금융회사의 기능 확대 관점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그간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전통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으로 비교적 금융업 진출이 자유로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에 비해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비금융업 진출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은행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업무범위 확대와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금융권에서는 신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이 금융자본의 비금융 진출 제한 뿐 아니라,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은산분리)을 막는 내용도 다루는 만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의 길이 열릴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현재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확대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08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산업은행·우리금융·기업은행 등을 하나로 묶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육성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 추진 정책을 이끌었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메가뱅크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당시 한 차례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경험 등을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은 산업의 금융진출 확대 보다는 우선 은행의 비금융 진출 길을 열어주는 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위원장도 "금융규제 혁신은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빅테크와 가상자산 등 새로운 산업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와 빅테크를 위해 관련 규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삼성은행'으로 대표되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복잡한 법률관계가 얽혀있을 뿐 아니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근시일 내 논의가 이뤄지긴 힘들어 보인다. 또 비금융적인 리스크가 금융 쪽에 전이될 경우 금융회사뿐 아니라 전 국가경제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복합위기 상황에서 금산분리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특정 대기업이 시중은행을 지배하게 될 경우 고객이 맡겨놓은 예금을 동원해 자기회사에 투자에 나서 시장집중이 가속화될 수 있고, 투자 부실이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는 돈을 맡긴 국민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비금융 산업 진출 쪽에 초점을 맞추고 규제완화를 진행할 것"이라며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으로 ICT 기업 등 비금융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고, 사실상 산업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일단락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법 제16조의2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를 초과해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5조는 은행법 조항에도 비금융주력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4% 이내에서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비금융주력자의 자격은 ▲출자능력,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영향 ▲주주구성계획의 적정성 ▲정보통신업 영위 회사의 자산 비중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촉진 및 서민금융 지원 등을 위한 기여 계획 등을 보고 판단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 확대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는 빅테크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개별 금융기관 등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며 "하지만 대중의 예금을 수취하는 은행에 산업자본 지분을 제한하는 은산분리는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금산분리 등 규제 개혁 작업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개혁을 하다 보면 또 새로운 유형의 위험이 나오는데 감독당국이나 업계가 위험을 어떻게 하겠다는 답을 못 내면 더 이상 추진을 못하게 된다"며 "그런 과정을 다 투명하게 논의하고, 논의 과정에서 필요하면 다 공개를 해서 국민적인 합의가 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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