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사회..청년들 사지로 내몰아"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2022. 7.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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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 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취업난 등 힘든 일 스스로 감내
청년 고독사, 이미 노인과 맞먹어
외환위기 후 공동체 붕괴가 영향
가족이 담당했던 돌봄 기능 등
국가 차원서 강화하고 책임져야
황태연 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서울경제]

“예전에는 경제적·정신적으로 힘들 때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위로를 얻고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게 없습니다. 공동체 의식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사회 안전망이 구축된 것도 아닙니다. 이제 모든 것을 개인 혼자 감내해야 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20~30대 청년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이유죠.”

황태연(사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급증하고 있는 청년 자살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면 개인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려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황 이사장은 용인정신병원 의료원장과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장, 대한사회정신희악회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4월 생명존중희망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 예방 사업 지원과 평가, 예방 관련 전문가 양성 등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고 체계적으로 사후 관리를 하기 위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단체다.

황 이사장은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이유로 공동체의 붕괴를 꼽았다. 예전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가족이나 이웃·친척들로부터 조언을 듣거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가족이 해체되고 개인주의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사회 네트워크에서의 ‘관계망’이 더 이상 유의미하게 작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황태연 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더 우려되는 점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청년 자살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의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9년 26.9명에서 2020년 25.7명으로 줄었지만 20~30대 자살률은 각각 12.8%와 0.7% 증가했다. 특히 청년 고독사는 이미 노인을 따라잡는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다. 그는 “1인 가구에 청년들의 비중이 커지다 보니 취업을 하지 못하는 등 힘든 일이 생겨도 부모 등 가족과 상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혼자 끌어안고 고민하기 일쑤”라며 “사실상 청년 개인이 이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감당 못하고 극단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비극이 본인에게만 그치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유나 양 가족 실종 사건’이다. 황 이사장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유나 양 부모가 막다른 골목까지 이르자 자식을 데리고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다”며 “만약 다른 가족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다면 유나 양까지 죽음으로 내몰리지는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황태연 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그는 이런 의미에서 자살을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요인까지 결합한 복합적 작용의 결과물로 규정한다. 세대 간 갈등, 시대에 뒤떨어진 학교 문화, 직장 내 갑질 등 사회 전반에서 쏟아지는 스트레스 요인들이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일부 사회학자의 경우 자살을 사회 구조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물로 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이러한 분석에 일정한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황 이사장의 해법은 ‘가족 기능의 외주화’다. 과거에는 가족이 담당했지만 이제는 가족 해체로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능들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던 2019년부터 2020년 중반까지 자살률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국가가 소상공인과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한 것이 자살률을 떨어뜨린 것”이라며 “서구 복지국가처럼 우리도 돌봄 서비스 등 개인의 몫으로 방치했던 복지 서비스 기능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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