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섞인 밥에 헛간 생활" 中 근로자들 일대일로 현장 폭로

백수진 기자 2022. 7. 21.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제리 주택 건설 현장 투입된 中 근로자들
"월 평균 임금 58만원..계약 조건과 다른 취업 사기"
알제리 수크 아라스주의 주택 건설 현장에서 중국인 노동자가 허름한 건물 옆을 지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동원된 근로자들이 임금 체불,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숙소와 형편없는 급식 등 열악한 근로 환경에 처해 있다고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RFA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수크 아라스주의 대규모 주택 건설 현장에 투입된 중국인 근로자들을 인터뷰해 이 같이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이들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압수 당하고, 폭염에도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헛간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취업박람회에서 왕복 항공료·숙식비는 물론이고 높은 임금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알제리에 왔으나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인권변호사들도 “이들의 열악한 처우는 국제 협약상 인신매매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근로자 A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급여는 월 1만5000~2만 위안(약290만~390만원) 사이였으나 알제리에 도착한 후 한 달에 1만 위안(약194만원)도 벌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이마저도 6개월마다 임금의 70%가 지급되며, 2년 계약 이행 후에야 나머지 30%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중국에서 받았던 월급에도 못 미친다. 이곳의 월 평균 임금은 3000위안(약 58만원)”이라고 했다.

알제리 건설 현장에서 중국인 근로자들이 배급받은 음식. / 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또한 배식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돈을 빌려야 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돼지한테 주는 음식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음식에는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었고 면 요리는 전부 시커먼 색이었다”고 했다. A씨는 설상가상으로 “41도, 42도까지 치솟는 여름에도 에어컨이 없는 헛간에서 살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회사가 직원들의 여권을 빼앗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근로자 D씨는 “입국 직후 알제리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여권과 신분증을 뺏겼다”고 했다.

이들은 계약 조건과 다른 열악한 처우에 중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항의했으나 계약 위반 시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회사는 위약금 2만8000위안(약 543만원)을 내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다고 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파업을 시도했으나 회사는 “중국으로 돌아가서 고소해보라”고 버텼다. 근로자 C씨는 “소송을 하려 해도 큰 돈이 들고, 가족들까지 휘말릴 수 있는데 누가 고소를 하겠나”라고 했다.

이들을 고용한 회사인 중국 산둥 자창부동산은 계약 위반 및 임금 체불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알제리의 주택 건설 사업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국영회사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결과, 해당 주택 사업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부임이 드러났다고 RFA는 보도했다.

근로자 D씨는 “알제리 주택 건설 사업은 중국 공기업이 수주했으며, 산둥 자창 부동산은 민간 하청업체”라면서 “결국 근로자를 착취해서 얻은 이익은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국영 기업이 가져갔을 것”이라고 했다.

전미변호사협회(ABA)에서 중국 관련 활동을 해 온 위핑 변호사는 “유엔의 국제조직범죄 방지협약에 따르면 인신매매는 착취를 목적으로 강박·납치·사기·기만 등을 통해 사람을 모집·운송·이송하는 행위로 정의된다”면서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하면 국영 기업과 근로자를 모집한 하청업체의 행위는 모두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