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떨어졌대" 뉴스보고 찾아간 부동산..더 올랐는데?
[편집자주]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을 바꾸고 있다. 매물은 급증했지만 거래량은 더 줄었다. 매주 발표되는 집값 통계도 완연한 하락세다. 하지만 시장에선 가격을 내린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직전 최고가보다 하락한 거래에도 집주인들은 쉽사리 호가를 내리지 않는다. 매수자는 시세보다 수 억원 낮은 초급매만 찾는다. 금리인상기 주택시장 치킨게임은 어떻게 결론날까.
금리인상이 위축된 주택거래 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각종 통계 지표도 아파트값이 고점을 지나 하락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 저가 급매물은 즉시 입주가 어려운 '갭투자(전세보증금을 낀 매입)' 인수가 많고, 이외 매물은 전보다 호가를 높인 사례도 적지 않다. 시세차익을 포기할 수 없는 매도자와 최저가 급매를 노리는 매수자 간의 '치킨게임'이 시작된 모양새다.
■ 서울 아파트 매물 1년 새 2만 건↑…거래량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적어
20일 아파트 실거래 빅데이터 아실(asil)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668건으로 1년보다 2만2718건(54.1%) 증가했다.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전인 2020년 6월 8만 건이 넘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그해 말 3만 건대로 급감했다. 2030세대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두드러진 2020~2021년 4만 건 안팎이었다가 올해 초부터 증가 폭이 커졌다. 3월 5만 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18일 6만 건을 넘어선 후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실거래량은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813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후 월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거래량도 1011건으로 저조하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째 2000건을 밑돌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간 월간 거래량이 2000건 미만이었다가 2009년 1월 3000건대로 반등한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거래절벽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리인상 변수만으로 설명이 어렵다. 기준금리가 올해 3% 진입이 예상되지만 과거 금융위기 발생 이전 국내 기준금리는 5%대였다. 당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7%대로 4%대인 최근보다 높았다. 집주인이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해 손해를 감내하고 '투매(投賣)'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은 아직까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 최저가 매물, 즉시입주 어려운 갭투자 많아...직전 최고가보다 비싼 '오기 매물' 수두룩
자녀교육 문제로 이사를 고민 중인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한 뒤 학원가와 가까운 중계동 은행사거리 주변 아파트 시세를 문의했지만 마땅한 가격대를 찾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올해 6월 '청구3차' 전용 84㎡(3층)가 12억5000만원에 매매된 거래가 등록됐다. 지난 1월 거래된 같은 평형 실거래가(13억7000만원, 7층)보다 1억2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 이 가격대 매물은 없고 중개망에 올라온 '급매물' 최저가는 13억원인데 2년 간 입주가 불가능한 '갭투자' 인수 조건이 붙었다.
지난해 거래된 최고가 14억2000만원보다 비싼 매물도 올라와 있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 역행하는 이른바 '오기(傲氣, 지기싫은 마음)' 매물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의뢰한 정상 매물이지만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과 차이가 커서 조율이 어렵다"고 했다.
이전 거래보다 가격이 2억~3억원 내린 실거래가 등록된 다른 단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집주인이 당장 팔 생각이 없는데 가격 방어를 위해 일부러 매물로 올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집주인 입장에선 이런 가격대로 팔지 못하면 추가 대출을 받아도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가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 아파트 거래 주춤하니 가격대 낮은 빌라 시장 들썩
아파트 대체제인 다세대, 빌라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난 점도 수요자들이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주택가격 누적 상승률은 0.72%로 집계됐다. 주택 유형별 상승률은 아파트가 0.6%, 연립주택이 1.08%로 조사됐다. 특히 재개발 구역이 밀집한 강북권은 연립주택 가격 상승률이 1.49%로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 연속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올해 1~6월 시내 주택 거래량 2만7000여 건 중 약 73%가 다세대, 연립, 다가구 등 비아파트였다. 시세 6억원 이하 매물이 많아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고 도심 재개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비아파트 주택은 환금성이 낮고 집값하락 국면에서 '깡통전세' 우려도 있어 매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직장인 김모씨는 2020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해서 생애 첫 집인 내 집을 마련했다. 매매가가 6억원 미만이라 보금자리론 대출이 가능했다. 이자는 연 2.45%로 30년 만기 고정금리다. 집 구매 당시에도 고점이다, 상투를 잡았다 말이 많았지만 최근 금리 오르는 걸 보면 '정말 잘했다' 싶다. 5억원 후반대에 구입한 아파트는 2년도 안돼 7억원 중반까지 거래됐다. 최근 호가가 조정됐지만 6억 후반대로 구입 시점보다 높다. 설령 금액이 더 빠진다고 해도 실거주이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안 된다. 오히려 매일 오르는 금리가 더 무섭다.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금리는 가파르게 올라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 경쟁력이 있는 보금자리론도 4%대를 넘어 5%를 바라본다. 금리 인상은 전세사는 세입자의 부담도 키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한선은 6%대를 돌파했다.
금리 인상 부담에 내집 마련도 전세살이도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2%대 고정금리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들이 진정한 승리자라는 말이 나온다.
■ 빠르게 오르는 대출 이자…수요자들 '발동동'
20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7월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70~4.80%(30년 만기·고정)다. 약 2년 전(2.45%)보다 2%포인트 이상 올랐다. 3억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원리금균등방식으로 매달 39만6417만원, 약 40만원의 상환금을 더 내야한다. 총 대출이자를 따지면 2년 전보다 1억4271만원을 더 내야한다.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이자 부담이 있더라도 거래가 되지만 거래가 얼어붙었는데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에 경직된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 충격에 더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매수심리가 뚝 떨어지고 거래는 더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미루더라도 자녀의 교육 문제 등으로 이사를 알아보는 갈아타기 수요자들도 금리인상기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거주 중인 집을 시세대로 내놓으면 거래가 되지 않고, 낮게 팔면 취득세 등 세부담과 추가 대출 이자 등을 고려하면 상급지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세로 사는 것도 녹록지 않다. 전세대출 최고 금리는 이미 6%를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만기)는 지난 16일 기준 연 4.010∼6.208%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다음 달 중순부터 7월 코픽스에 반영되면 금리는 더 올라간다. 코픽스는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주요 지표 금리다.
오는 8월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임대기간 2+2년 보장)이 만료되는 세입자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인상폭이 제한적었지만 시세를 반영하면 전세가가 급등할 수 있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는커녕 지금 집에서 계속 거주를 한다고 해도 전세가는 오르고 이자 부담도 예전보다 훨씬 커진다.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세입자는 계약 갱신 때 전세금을 올리는 대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계약을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임대차 거래는 4만2087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치며 4만건을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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