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접고 회삿돈 횡령하고.. 신뢰 잃은 바이오

김윤섭 기자 2022. 7. 2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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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못믿을 바이오주②] 시장 외면은 자업자득.. "데이터로 말해야"

[편집자주]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사태 속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바이오주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주식시장 침체에 일부 기업의 횡령·배임 사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치료제 개발 중단 등의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기업공개(IPO) 열풍도 차갑게 식었다. 상반기 IPO에 성공한 바이오기업은 단 4곳에 불과하다.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바이오주가 반등할 지 업계 현황을 살펴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관심을 받았던 바이오주들이 주식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52주 신저가 속출… 죽 쑤는 제약바이오
②개발 접고 회삿돈 횡령하고… 신뢰 잃은 바이오
③"일단 상장하고 보자" 줄줄이 대기 중인 바이오 IPO
자본시장이 바이오업계를 외면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이오 벤처도 올해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기조차 버겁다. 상장심사를 철회하는 기업도 속출했다. 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해도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기술이전을 통해 2조원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한 보로노이도 지난 3월 공모시장 저평가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다.


기술 믿었는데… 외면받은 바이오


바이오 분야는 막대한 연구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바이오가 자본시장과 떨어져 혼자 생존할 수 없는 이유다. 생존을 위해 지속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VC)의 투자로 일부 자금을 충당할 수 있지만 규모 면에서 기업공개(IPO)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수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모으기 위해선 IPO가 필요하다.

바이오에 대한 저평가는 업계가 스스로 불러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5년 도입한 기술특례상장 요건으로 약 17년간 100개에 육박하는 바이오 벤처들이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한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신약개발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신약개발에 연구와 임상시험 등을 포함해 1조원 이상의 자금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이오 벤처가 성장하기 위해선 IPO가 필수적인데 정부가 제도적으로 기술특례상장을 도입한 이유가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연구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기술특례상장을 도입한 뒤 이를 활용해 상장한 기업은 약 150개다. 이중 바이오기업이 100개에 육박한다. 60% 이상이 바이오기업인 셈이다. 하지만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이전 사례를 제외하면 확연한 성과를 낸 신약개발 기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제약바이오 신규투자 금액 및 비중./그래픽=김영찬 기자


횡령에 배임… 바이오업계 뒤흔든 악재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오스템임플란트 등 바이오업계의 신뢰를 흔들리게 한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간암 치료제 펙사벡 개발 성공 기대감을 바탕으로 관심을 모았던 신라젠은 2019년 8월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의 임상 중단 권고와 함께 주가가 급락했다. 2019년 6월까지 6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8000원 아래까지 떨어졌고 2020년 5월 결국 거래정지 됐다. 여기에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의 배임혐의까지 드러나면서 소액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코오롱티슈진은 자체개발 후 2017년 국내 판매허가를 획득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허가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와 실제 구성 성분이 다른 것으로 밝혀지며 국내 판매가 잠정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코오롱티슈진 역시 주식 거래정지 상태다.

올 1월에는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인 2215억원 횡령 사태가 일어났다. 재무담당 직원이 수년에 거쳐 수천억원을 빼돌린 것이다.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22위였던 회사에서 한 직원이 수천억원을 횡령한 것을 두고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직원이 회사의 자기자본을 뛰어넘는 금액을 횡령했는데 회사가 아무 조치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회사와 업계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졌다.


백신·치료제 개발한다더니… 중단 소식에 신뢰 '뚝'


최근 발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임상 중단 소식들도 업계 신뢰를 뒤흔든 한 원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2020년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선언 이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유무형의 성과를 낸 곳은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과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임상 3상에 진입한 유바이오로직스뿐이다.

제넥신은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 'GX-19N' 임상 2·3상을 자진 철회했고 HK이노엔도 공식적으로 개발을 중단했다. 치료제의 경우 일동제약 정도를 제외하면 개발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백신·치료제 개발을 지속하지만 개발 동력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주가를 대표하는 KRX 헬스케어지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투자자들은 물론 대중의 관심과 신뢰를 잃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련 지수는 2020년 초 2915.31에서 같은 해 연말 5517.31로 약 90%가 급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한 3074.15(7월12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10% 수준이다.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약개발 기업으로선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면서 "여러 사태로 기업들이 다시 한번 신뢰와 투명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제약바이오는 데이터로 말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신뢰의 첫 번째 길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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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angks67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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