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무덤 된 기회의 땅.."공장 헐값에 내놔도 안 팔려요"

신정은 2022. 7. 2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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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중국 소비시장이 많이 죽었어요. 박람회나 행사도 거의 없어져서 영업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공장이 멈추기도 하고 정말 상황이 좋지 않죠. 타국에서 무슨 고생인가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아요. 그래도 그동안 노력한 게 있으니까 어떻게든 기회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설비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B사의 김진혁(가명)씨는 "회사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수준이라 매출이 하락해도 이 시장을 떠날 수 없는 처지"라며 "코로나19 이후 본사와 소통도 확실히 어려워지고, 최근 2년 간 엔지니어 숫자도 절반 정도 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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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침체 직격탄 맞은 韓기업
팬데믹 장기화로 中내수 시장 침체
박람회·행사 등 영업창구도 사라져
韓기업 中법인 15년새 10분의 1로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중국 소비시장이 많이 죽었어요. 박람회나 행사도 거의 없어져서 영업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공장이 멈추기도 하고 정말 상황이 좋지 않죠. 타국에서 무슨 고생인가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아요. 그래도 그동안 노력한 게 있으니까 어떻게든 기회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중국 상하이시 민항(閔行)구에 위치한 한국 기업의 공장 문이 굳게 닫힌 모습. 현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영난 악화에 공장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독자제보)
화장품 제작 및 유통회사 합작법인 페이랑바이오의 권영자 대표는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질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 투자도 늘리고 직원도 크게 줄이지 않았다”며 이처럼 토로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코로나19 전보다 70% 가까이 줄었지만 중국이란 거대시장을 포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권 대표는 “올해 하반기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많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의 강력한 방역정책과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소상공인일수록 피해는 더 컸다. 옷을 팔다가 식당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폐업 하거나 작은 도시로 옮기기 일쑤다. 상하이에선 봉쇄기간 영업을 하지 못한 일부 한식당들이 관리비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찾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한국중소기업서비스센터 분위기도 썰렁했다. 이곳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코트라 지원으로 운영되는데 현재 한국 진출 기업을 위한 사무실 17곳 중 10곳만 입주해 있는 상태다. 이곳에 입주하려는 한국기업은 여전히 많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입국하지 못하면서 사무실을 비워 둬야 하는 처지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중국 신규 법인 숫자는 2005년 2392곳에서 지난해 262여곳으로 줄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중국직접투자금액(ODI)은 같은 기간 29억 1700만달러에서 66억 7900만달러로 오히려 늘었다. 결국 중국 투자를 주도한 건 대기업들의 대형 프로젝트가 주는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진출 기업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발을 빼기도 어렵다. 중국에 진출할 때는 좋은 인재를 파견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지만 전략을 바꾸거나 철수할 때는 대기업만큼 좋은 조건으로 협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A사의 중국법인 책임자인 이경주(가명)씨는 기자와 만나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스마트폰 공장 등을 철수한 후 매출이 줄어 공장을 비워두고 팔려고 내놓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 계약이 계속 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을 생산하던 한 중소기업의 중국 베이징 공장 내부. 공장을 매각하려고 내놓았지만 계약이 계속 틀어지며 현재 비어있는 상황이다. 사진=독자제공
공장이 베이징에 있다면 사정이 낫다. 지방에 자리 잡은 일부 현대자동차 2~3차 협력사들은 공장을 유지해도 적자라며 공짜로 공장을 넘기는 일도 있다고 전해진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설비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B사의 김진혁(가명)씨는 “회사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수준이라 매출이 하락해도 이 시장을 떠날 수 없는 처지”라며 “코로나19 이후 본사와 소통도 확실히 어려워지고, 최근 2년 간 엔지니어 숫자도 절반 정도 줄였다”고 말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전략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영화 베이징한국창업원 원장은 “예전처럼 한국에서 물건만 가져오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중국에는 아직 기회가 많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스마트폰 공장을 접고 반도체에 집중하듯 중국의 소비 수준이 높아진 만큼 중소기업들도 새롭게 달라진 시장이라 생각하고 뛰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동관은 IT산업 클러스트로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기자재 공급 업체들이 많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중소업체들이 철수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 기업이 철수한 후 텅 비어 있는 공장 모습. (사진=독자제보)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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