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심야택시 10만원에 더블?..차라리 호텔을 잡지"
과도한 인상 우려에 경기도민 울상.."다른건 두고 요금만 올리나"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 경기 용인시에 사는 서모씨는 서울에 호우특보가 내린 지난 13일 심야택시를 잡으려다 10만원에 달하는 택시비를 보고 탑승을 포기했다. 궂은 날씨에 야근까지 한 서씨는 카카오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아이엠택시를 호출하려 했으나 지나치게 높은 요금에 다급하게 광역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려갔다. 종로에서 11시 40분쯤 마지막 버스를 탄 서씨는 오전 1시를 넘어 집에 도착했다.
서씨는 플랫폼 택시의 심야요금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누가 길바닥에 15만원을 쓰고 싶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야택시를 불가피하게 이용해야 하는 경기도민들 사이에서는 탄력요금제 도입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법인택시 10대 중 7대는 쉰다…"택시기사가 부족하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심야시간(오후 10시~오전 2시) 택시요금을 25%에서 100% 사이에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업계에서는 두 배까지도 요구를 하는데 두 배는 너무 많다고 보고 있다"며 "25%는 유인이 낮다고 보고 적정선을 (찾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존 카카오T벤티·타다넥스트·아이엠택시 등 고급대형 택시에만 적용된 탄력요금제가 일반 중형택시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민생 부담에도 정부가 탄력요금제를 고려하는 이유는 결국 수요에 비해 택시기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타직종으로 넘어간 택시기사들이 돌아오지 않으며 택시를 운전할 사람이 부족한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법인택시기사 수는 2019년 말 3만991명에서 2022년 6월 2만868명으로 약 33% 줄었다. 법인택시 가동률은 2019년 1분기 50.4%에서 올해 1분기 31.5%로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카카오 대리를 부르면 보통 2만5000원에서 3만원 수준이다"며 "반면 (택시는) 서울에서 한 10㎞를 뛰면 기름값이 못해도 5000원은 나온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인센티브로 탄력요금제 충격 덜어야…택시 대체 수단도 찾아야"
문제는 탄력요금제 도입이 택시대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칫 특정 지역의 요금 인상으로만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윤모씨(26)는 "(탄력요금제가) 적용되는 아이엠 택시는 비싸서 차라리 1시간을 기다려 카카오T를 잡는다"며 "신분당선, 광역버스로 안 그래도 교통비가 부담스러운데 할증이 더 붙으면 차라리 호텔을 잡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구리시 주민 A씨(32)도 "탄력요금제가 되면 경기도민은 자체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된다"며 "택시사납급제 등은 그대로 두면서 요금만 올리면 되나"라며 불만을 표했다.
이에 원희룡 장관은 "운행 실적이 없으면 저희가 면허라든지, 지금 여러 가지 (정부가) 주고 있는 보조금에다 연동시켜서 사실상의 강제 효과를, 공급 촉진효과를 주는 방법(이 있다)"이라며 "현재 모든 수단을 다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기사들을 심야시간대에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유인이 되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서 심야에 이 정도는 더 줘도 괜찮다는 정도의 절충안이 필요한 상태"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타다' 등 플랫폼 운송사업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택시 외의 영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어림도 없는 요금을 요구하는 것을 막는 차원에서 탄력요금제를 제도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공급과 수요의 부딪힘 문제는 타다 등 택시를 대체할 새로운 서비스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탄력요금제를 지방세 개념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으로 다른 분야에 충격이 덜 가게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새로운 수단을 추가로 투입해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구조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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