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가면 홧병 나요" 살인물가에 고추·깻잎 심는 사람들
"30포기 심었다" 텃밭 일구며 '자급자족' 나선 시민들도
[파이낸셜뉴스] "채소 가격은 변동이 심하니까 그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20일 서울 동작구에서 만난 식당 주인 30대 후반 김모씨는 최근 껑충 뛴 채소가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 메뉴가 돼지고기 두루치기인데 대파, 양파, 고추 등 부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 '금(金)채소' 현상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대파, 양파, 고추 등을 쓰는데 양파 가격이 특히 8kg에 2~3만원 정도로 급격히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 기온과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식탁 물가가 폭등한 가운데 식당가에선 저마다 채소의 안정적인 수급망 확보에 여념이 없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고공행진중인 밥상 물가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채소를 집에서 키우는 '자급자족'의 새 풍속도까지 생겨났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매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19일) 기준 적상추는 1kg당 1만515원이다. 1개월 전 5305원에서 2배가량 가파르게 올랐다. 양파 가격은 19일 기준 1316원으로 지난해(539원)보다 2배 이상 상승했고, 풋고추는 9636원으로 지난해(5360원)보다 무려 80% 가까이 올랐다.
올 들어 가뭄과 폭염에다 장마까지 겹치면서 이상기온 현상으로 채소들의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여름철 쌈채소 출하량까지 줄면서 채소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상추가격이 오르면서 서울 시내에서 쌈밥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채소가격이 올랐지만 메뉴가격을 올릴 수없기 때문이다. 해서 궁여지책으로 채소 일부는 가격이 저렴한 도매시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묘안을 냈다. A씨는 "최근 도매시장에 직접 상추를 구입했다"며 "3주 전 상추가 4kg 기준 10만원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격이 올랐다고 원래 상추를 (가게에)대주는 사람을 딱 끊을 수는 없었다"며 "상추 가운데 일부는 도매시장에서 저렴하게 샀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10년째 쌈밥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69)는 3개월 전 음식가격을 2000원씩 올렸다. 이씨는 "채소뿐 아니라 고기 가격도 오르고 다 올라 어쩔 수 없었다"며 "다른 식당들도 다 오르는 김에 같이 가격을 올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년 이맘때쯤이면 상추 가격이 오르지만 3주 전 9만원까지 오를 땐 이 가격이 지속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됐다"며 "지난주 6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채소 양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 가격이 올랐다고 추가로 음식값을 올릴 수없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감내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예 집 근처에 화분을 놓고 텃밭을 일구며 식용 채소를 직접 기르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씨는 지난 5월부터 집 앞 공터에서 직접 깻잎, 고추 등 30포기를 기르기 시작했다. 원래 외식도 잘 하지 않았다는 최씨는 "공터에 자리가 생기면서 채소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씨는 "3개월 지나면 곧 이웃들과 나눠 먹을 수 있고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은 것 같아 기분은 좋다"라며 흐뭇해 했다.
경기도 모처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허모(59)씨는 올해 공장 인근 텃밭에 부추 10포기를 더 심었다.
허씨는 "6년 전부터 상추와 고추 각각 약 60 포기 정도 심어 길렀는데 올해에는 부추까지 심었다"며 "최근 상추값이 많이 오르면서 내가 기른 채소를 이웃들에게 나눠주니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이처럼 밥상물가의 고공행진 탓에 직접 채소를 길러 자급자족하거나 이웃에 나눠주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당분간 채소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이 같은 신 풍속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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