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차기 총리 2파전..첫 인도계냐 세번째 여성이냐
전체 당원 우편투표 거쳐 9월 5일 최종 당선자 발표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차기 영국 총리 최종 후보에 인도계 엘리트 전 재무부 장관과 강경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지지자인 여성 외무부 장관 등 2명이 올랐다.
영국 보수당은 총리가 될 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46) 외무부 장관이 최종 후보가 돼 겨룬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참여한 투표에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은 137표를 받아 1위를 유지했고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113표를 확보해서 살아남았다.
그동안 줄곧 2위를 달렸던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은 이날 105표를 받는 데 그치며 탈락했다.
수낵 전 장관은 금융계 출신으로 코로나19 사태 때 적극 재정정책을 펼쳐서 충격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초 수낵 전 장관이 사표를 던지며 내각 대탈출이 촉발됐고 결국 존슨 총리가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수낵 전 장관이 당선되면 영국 역사상 첫 비백인 총리가 된다.
인도 재벌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부인이 비거주 비자를 활용해 해외소득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구설에 올랐으며, 영국 부자 순위 222위에 오를 정도로 너무 부유하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트러스 장관은 유럽연합(EU)이나 러시아·중국 등에 강경 대응을 주도해왔으며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 모델'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복장이나 사진 포즈까지 비슷하게 했다가 홍보에 너무 열중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존슨 총리 내각에서 함께 활동한 두 후보는 모두 40대이며 옥스퍼드대 출신이다.
이들은 지금까지는 세금과 관련해서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트러스 장관은 수낵 전 장관의 세금 인상이 경기침체를 일으킨다고 비판하며 취임 첫날 바로 법인세 등을 인하해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수낵 전 장관은 재정건전성과 물가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트러스 장관의 계획은 동화 같다고 꼬집었다.
두 후보는 이제 전국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당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최종 결정은 전체 당원 약 16만명의 우편투표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종 당선자는 의회가 여름 휴회기를 마치고 다시 열리는 9월 5일에 발표된다.
현재로선 결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1위인 수낵 장관이 여론조사에선 성적이 좋지 않다.
이날 이뤄진 유고브 설문조사에서 수낵 전 장관은 트러스 장관과 모돈트 부장관과 각각 1대 1로 만났을 경우엔 모두 지는 것으로 나왔다.
이번 보수당 경선에는 하원의원 358명 중 20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의원 8명이 후보 등록을 했다.
13일 1차 투표에서 30표 이상을 받은 후보 6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고 그 이후로는 최하위 득표자를 떨어뜨리는 과정을 되풀이해서 총 5차례 투표 끝에 2명이 남았다.
나딤 자하위 재무부 장관과 제러미 헌트 전 외무부 장관이 1차 투표에서 탈락했고 이어 수엘라 브레이버먼 법무상, 톰 투겐드하트 하원 외교위원장, 케미 배디너크 전 평등담당 부장관 순서로 제외됐다.
이달 7일 사임을 발표한 존슨 총리는 약 두 달만에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후임자에게 넘겨주게 된다.
존슨 총리는 이날 마지막 의회 총리 질의응답(PMQ)에 출석했다. 22일부터는 의회가 여름 휴회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임무를 대체로 완수했다"고 자평하고 영화 터미네이터2에 나온 문구 'hasta la vista, baby'(다음에 보자)를 인용하면서 정치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후임자에게 재무부 말을 늘 따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거나, 세금을 인하하고, 백미러를 체크하라고 권고하면서 수낵 전 장관에게 앙심을 품고 있음을 흘리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후임자에게 "1번, 미국과 가깝게 지낼 것, 우크라이나를 지킬 것,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조언했다.
존슨 총리가 퇴장할 때 거의 전 보수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으나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마지못해 일어서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존슨 총리는 3년 전 메이 전 총리가 밀려날 때 주동자였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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