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시대, 재테크 대처법

김학균 2022. 7. 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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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으로서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이제 시작이다. 경착륙이든 연착륙이든 경기침체는 다음 수순이다. 이럴 땐 유동성을 확보해놓는 게 중요하다.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현재 1.75%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은행의 대출금리(사진)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일반적 처방은 금리인상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수요 측면에서 경기가 과열되어 생기거나(demand pull inflation),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때 나타납니다(cost push inflation). 금리인상은 수요발 인플레이션에 즉효약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아무래도 가계와 기업의 씀씀이는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또한 차입을 통한 소비와 투자도 이자비용이 높아지니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인상을 통해 수요를 억눌러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공급발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을 통해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지정학적 불안과 기상이변 등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과소비가 주원인이 돼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금리인상은 불가피합니다.  

‘경제는 심리’라고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야말로 심리적 동인이 강하게 작동합니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고착화되면 실제로 물가가 상승합니다. 이럴 때는 가수요, 예컨대 사재기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공급 차질에 있더라도 가수요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물론 공급발 인플레이션을 금리인상으로 완전히 제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금리인상 말고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 금리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요즘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정책금리 범위를 0~0.25%에서 1.5~1.75%까지 인상했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5%에서 1.75%까지 올렸습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해질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지만, 금리인상 여정의 종착점을 아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17~2018년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금리가 상승한 바 있어 당시와 현 상황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일단 2018년의 긴축 국면보다는 금리를 더 높이 올려야 할 겁니다. 2018년에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지만, 글로벌한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9%까지 올라갔지만,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정점은 2.1%에 그쳤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는데, 2018년 미국 정책금리의 고점은 2.5%였습니다.

요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가 넘게 나오고 있으니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금리 수준은 2018년 2.5%보다 훨씬 높아야 할 겁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긴축 국면에서 미국 정책금리의 고점을 3.5% 내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가 1.75%이므로 시장에서 예상하는 금리 고점까지는 갈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의 경우 2018년 긴축 국면에서의 기준금리 고점은 1.75%였는데, 이번에는 3.0% 내외까지 올라갈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에 달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1.75%보다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1970년대 미국 시민들이 물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AP Photo

■ 인플레이션 이후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은 경기후퇴를 예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는데, 이런 긴축정책이 경제에 생채기를 내기 때문입니다. 수요를 억제해서라도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이 긴축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경기후퇴는 불가피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는 국면에서는 실물경제가 받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침체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1.5%)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2% 내외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됩니다. 금리 급등에 따른 소비 부진이 2분기 역성장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도 확연히 둔화되고 있습니다.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나는 데 그쳐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 증가율로 후퇴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이후에 글로벌 경제가 무탈했던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 경제가 휘청이거나 미국 경제가 무탈하더라도 미국 이외 국가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1980년대 초, 1970년대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끝내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올렸던 초강도 긴축 직후에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었고, 1980년대 후반의 긴축 국면에서는 미국의 주택대부조합(S&L) 파산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1990년대 중반의 긴축은 멕시코를 시작으로 한국과 러시아로 이어지는 신흥국 외환위기의 실마리가 됐고, 2000년대 중반의 금리인상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주식 같은 금융자산은 실물경제에 대해 선행성을 띠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집단적 기대심리가 형성되면 주가는 경기침체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하락하곤 합니다. 올해 들어 KOSPI가 20% 넘게 하락한 이유도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주가는 경기침체라는 악재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지만, 생활인으로서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는 경착륙이 될지,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는 연착륙이 될지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도 일종의 추세가 있기 때문에 이미 시작된 경기침체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나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지표 그 자체인 물가지수들의 동향을 잘 살피셔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지표들을 보셔야 하는데요,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 한국은 매월 초에 통계청에서, 미국은 노동통계국에서 매월 10일 전후 발표합니다. 기업이 생산활동에서 부담하는 원가의 개념으로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해 선행성을 가지는 생산자물가지수의 경우 한국은 매월 20일 전후, 미국은 매월 15일 전후한 시기에 발표합니다.

중앙은행가들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인플레이션이 어떤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물가안정’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존립 근거이기 때문에 중앙은행가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선 늘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3·6·9·12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 열립니다. 1년에 여덟 번 열리는 셈인데, 다음 회의는 7월13일과 8월25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미국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도 1년에 여덟 번 열립니다. FOMC는 6주의 시차를 두고 열리는데, 다음 회의는 7월28일과 9월22일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는 정책금리가 결정되는 장이기도 하지만, 향후 물가와 경기에 대한 중앙은행의 견해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가지표와 중앙은행 회의 일정 등은 각 기관의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지만, 네이버와 구글 같은 포털사이트 경제 섹션에서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월2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물가안정 목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

■ 인플레이션 시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실 개인으로서 우리 각자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독립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할 따름이지요. 여기서는 여유자금의 운용 등 재테크와 관련된 의견을 말씀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니, 다르게 말하면 돈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돈보다는 물리적 실체가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원자재펀드나 원자재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하면 원자재라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인플레이션 이후에는 경기침체가 따라오곤 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경기가 둔화되면 수요가 위축되면서 원자재 가격도 하락 압박을 받게 됩니다. 특히 경기가 심하게 무너지면 원자재 가격도 급락세를 나타냅니다.

특정 자산에 돈을 묻어두는 것보다는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해놓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식이든, 원자재든, 혹은 부동산까지도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은 하락 압박을 받게 됩니다. 요즘처럼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더욱 그렇겠지요. 여윳돈이 있으면 헐값에 나온 자산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테니, 특정 자산에 돈을 묶어놓는 것은 재태크 관점에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 금리가 많이 상승해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를 넘어섰습니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금리부 상품들은 4% 넘는 이자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가입해 높은 이자수익을 취하면서 자산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선택을 조언하고 싶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는 ‘현금이 왕(Cash is king)’인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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